요리, 건식 자재
푸주볶음
자른 토마토와 호박, 그리고 푸주에 올리브오일을 넣고 잘 섞으며 볶는다.
차가운 미역국
새우젓과 간장 약간, 소금으로 간을 하여 푹 끓인 뒤에,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차게 먹는다.
건식 자재가 있으면 장을 보지 않아도 부담 없이 한 그릇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쌀도 포함해야겠지만 면, 파스타류 외에 (소금, 후추 같은 향신료를 제외하고) 미역, 다시마, 멸치, 고사리 정도가 우리 집에 보통 있는 건식 요리 자재이다. 그 외의 채소들은 집 근처에서 필요할 때 구하는데 고기나 생선은 조금 멀어도 자주 가는 곳에서만 사는 편이라 미리 장 볼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니까 그 말은 (연관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가끔 아무 재료가 없는 위급한 순간이 생기기도 하고, 그럴 때면 있는 건식 자재만을 재료로 하는 요리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마른, 그 부담 없는 장기 저장성이 한 그릇 뚝딱 요리를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최근에 자주 사는 것이 있는데 푸주다.
푸주는 r이 한참 빠져 있었던 마라탕 재료 중 하나인데, 두부 만들 때 생기는 단백질 막이라고 한다. 이 막을 처리하는 방법에 따라 면포 위에 올려서 두부피로 만들기도 하고, 젓가락으로 걷어내 길게 늘여 말려 푸주를 만들기도 한다. 푸주는 젓가락에 걸친 막을 한쪽 끝으로 밀쳐내서 겹쳐 말려진 주글주글한 표면 사이로 잘 베인 양념과 푸주 자체의 짭짤한 두부맛이 부드럽게도, 단단하게도 씹히는 것이 매력이다. 빨래는 탈탈 털어서 펼쳐 널어 말리는 것이지만 나무 대에 축 늘어진 두부막을, 푸주는 밀어내는 것이 푸대접받는 것은 아니다. 푸주는 주름진 형태와는 다르게 막 자체가 계란 흰자 같이 매끈해서 부드럽고 단백질이라는 것이 식탁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데 한몫을 했다. 콩 자체의 질에 대해서 잘 살펴야 하는 것은 문제로 남아있다.
푸주는 보통 찬물에 1-2시간 불려서 사용하라고 하는데, 시간을 단축시키려면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거나 뜨거운 물을 사용해도 된다. 물의 온도에 따라서 불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은데,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금방 부드러워지지만 푸주 자체의 맛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중간지점의 미지근한 물을 사용해서 식사준비 시작할 때부터 불려 사용했다, 30분 정도. 조금 단단한 부분이 남아 있어도 요리하면서 해소가 되기도 하고 그대로의 단단한 식감도 나쁘지는 않았다.
소스
푸주를 집에서 어떻게 요리해 볼까 생각하다가, 푸주도 다용도로 활용되는 일종의 파스타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아직은 여름에 우리가 즐겨 만들어 먹는 토마토, 호박 스파게티를 떠올렸다. 스파게티 할 때는 호박을 살짝만 익혔는데, 토마토와 호박을 뭉글하게 끓여서 소스를 만들고 콩, 푸주의 맛이 녹아들게 하겠다! 그리고 함께 끓이고 졸인다. 푸주가 덜 불려진 상태라면 물을 약간 넣어서 끓이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양념을 하지 않아도 짭자름한 콩두부 푸주의 맛과 새콤한 토마토와 달작한 호박, 이 세 가지의 맛이 잘 엉겨 어우러진 한 접시의 맛이다. 사진은 방울토마토를 넣은 것인데, 큰 토마토를 잘라 사용하면 더 좋다.
미역국
보통은 양지를 넣고 푹 끓인 미역국을 먹는데, 미역과 새우젓만 넣은 미역국을 끓였다. 사실 따뜻할 때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있었다, 참기름도 넣지 않았으니까. 이건 거의 바다의 맛이었는데, 한 솥 끓이고 남은 것을 냉장고에 담아 넣어두었다. 다음날 날이 더운 점심에 그냥 먹으면 어떨까 해서 차가운 채로 맛을 보았는데 찬미역국에는 그야말로 딱 맞는 시원한 맛이었다.
있는 재료들로 위기를 넘긴 것이다.
토마토
호박
불린 푸주
미역
새우젓
간장
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