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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Feb 20. 2024

햄버거빵이 없는 문제

1


  비와 눈이 많이 오는 날들은 오랜만인 것 같다, 입춘이 지나고 오는 비는 더 반갑다. 카페에서 나와 부슬거리는 빗속의 거리를 걸으며 우리는 조용하고 진지하게 얘기한다. 저녁으로 무언가 평소와 다른 폭삭한 빵 같은 게 먹고 싶다. 그렇지만 저녁 식사로 빵만 있으면 안 되지, 따뜻한 고기도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채소도 곁들여야 하니까 '햄버거여야만 하겠네'라며 본능적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마치고 곧장 햄버거빵을 잡으러 방향을 잡았다.


 햄버거빵이라면 큰길에서 버스를 타고 여러 정거장을 지나 위치한 대형마트에 있는 것을 저번에 확인해 두었다. 온 동네와 주변을 헤쳐서 찾아낸 것이다. 그날, 햄버거빵 봉지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대용량 빵 구역의 가장 아랫칸 구석에서 가득 채워지지도, 줄이 맞춰지지도 않고 두어 개가 '픽' 쓰러져 있었다. 우리는 바로 고놈이 필요한 것이다. 그를 잡아 돌아오는 길에 토마토며 양상추며 필요한 것들을 채집하면 된다. 물론 직접 사냥할 필요 없이 고기도 알맞게 다듬어져 있는 것을 구할 수 있다.


 '아니, 빵이 없잖아!'


 빵은 그곳에 없었다. 공간은 텅 비었고, 아무도 우리의 슬픈 눈빛을 알아봐 주지 않았다. 이곳저곳 둥글 납작하게 생긴 것들에게 시선을 두며 말없이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잠시 들었다 놨다 했던, 그 옆의 핫도그 빵 앞으로 가서 다시 만지작거리며 살펴본다. '이걸로 어떻게 해볼까?'


"고기를 핫도그 모양으로 만들까?"

"토마토랑 채소들은 어쩌지?"


 "반을 갈라서 펼쳐서 쓰는 거야."

 "잘 잡고 먹을 수 있을까?"


 "빵 두 개로 집게처럼 고기를 양쪽에서 잡는 거야"

 "아래는 붙이고 위는 펼쳐서 부채처럼 잡고 먹자."   



2


 일단 빵을 꺼내서 펼쳐본다. 핀 상태로 쓸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우-후 우-후우 찬바람에 길은 얼어붙고*, 망설임 없이 자연스럽게 반으로 갈라졌다, 이런. 새로운 고민을 해야겠다. 이미 간 소고기는 보통 햄버거 패티 형태로 소금, 후추 간을 해서 세등분 하여 동글 납작하게 만들어두었는데 빵은, 빵은. 뿔뿔이 흩어진 빵을 굽던 j가 좋은 생각이 났다 한다. 접시에 나눠진 빵을 나란히 놓고 따뜻한 기운에 치즈를 녹여 접착제 삼았다. 그리고 고기와 채소들을 쌓았다.   


 "밥 먹자!"

 "아빵, 이건 어떻게 먹는 거야?"

 "잘 잡고 먹을 수 있어!"


 햄버거를 만들어먹지 않아서 빵이 없는 것인지 빵이 없어서 만들어먹지 않은 것인지. 사람들은 더 큰 마트로 가거나 계획적으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며 필요할 때 빵을 사고 있었다. '우린 그럴 수 없어요, 내일 뭐가 먹고 싶을지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이 영역은 그럴 수가 없는 거라고요. 아무리 내 데이터를 연구해 보시오, 할 수 있을 텐가.' 그러려면 날씨도 알아야 하고 최근 먹은 메뉴들도 알아야 하고 나 혼자만이 아니라 같이 밥 먹는 식구들도 알아야 하고 요즘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기분은 어떤지 건강은 어떤지 무슨 영화를 봤는지 또, 에 - 그리고,


* 이적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핫도그빵 햄버거

햄버거빵 햄버거
햄버거빵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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