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수박주스 개시 포스터가 눈에 많이 띄고 있습니다. 더워지는 오후에 가볍게 먹기 좋았습니다, 시럽은 빼달라고 하는 편입니다. 집에서는 수박 한 통을 사서 큼직하게 반달모양으로 썰기도 하고, 깍둑썰기해서 사각통에 빈틈없이 채워놓기도 합니다. 잘 정리해서 넣어 놓으면 든든하죠.
어제는 고전적인 방법, 숟가락으로 긁어서 화채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수박을 끌어안고 세심하게 작업합니다. 그런데 j가 갑자기 화채에 미숫가루도 넣자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왠지 맛있을 것 같다.’ 바로 넣기는 부담스러워서 먼저 수박을 미숫가루에 찍어서 먹어보았습니다. ‘이맛이닷!’ 그리고는 자신만의 컵 화채를 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록 빛나는 유리컵에 수박을 한 스푼 담고 미숫가루를 뿌립니다. 한번 더 담고 뿌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득 채우고 그 위에 다시 먹음직스럽게 미숫가루를, 그리고 탄산수를 조심스레 채웠습니다. 포크로 찍어서 먹습니다.
맛있지?
응, 잘 어울린다. 맛있어.
그런데, 지저분해.
맞아, 나도 그 생각했어. 맛은 있는데..
이번건 잊어버려.
식탁 위, 반으로 나뉘어 비워진 수박껍질들 안에 자작하게 남은 검은 수박씨와 통에 가득 담긴 수박, 유리컵 안 밖에 남은 미숫가루의 흔적들, 그리고 열린 미숫가루 봉다리와 집게, 접시, 포크, 숟가락.
몽골에서도 미숫가루와 유사한 곡물을 가루 낸 ‘미스가라’를 먹는다고 합니다. ‘떡처럼 뭉쳐서 먹는다’ 낯선데 맛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수’를 만드는 가루인 미숫가루인데 미수보다 그냥 미숫가루로 불뤼는 것이 조금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웬만하면 사진을 한 장 올리고 싶었습니다만,
맛있게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