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개장을 할 때, 상추 모종을 심고,
재작년에 수확한 바질 씨앗도 뿌렸다.
봄비가 때맞춰 와 주어서 물 주러 자주 가지 않고 5월이 되어서야 상추, 열무를 수확하러 뜸하게 갔는데, 그래서인지 애정으로 자라야 했을 바질이 싹을 틔우지 않았다. 여느 때 같으면 바질잎 하나 올린 상추쌈을 맛보았을 텐데. 다, 때가 있어서 햇빛이 강해지는 지금은 씨앗을 밭에 다시 뿌리기는 어렵고, 화분에서 키워 옮길 요량으로 베란다의 빈 화분에 씨앗을 심고 돌보고 있다, 기다려야 한다.
바질 심는다고 바질 나는 것이 아니다.
익히 알려진 햇빛과 물, 배수 잘되는 흙이 있다 해도 자라지 않았다. 올해 나의 바질은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의식하며 깨어나기를 거부했다.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길, 누군가가 잘 키워 놓은 레몬나무 화분에 초록 열매가 달렸다. 가느다랗고 도톰하게 펼쳐진 다섯 개의 잎, 크림색의 레몬 꽃이 피어있다, 가운데 하얀 수술 대 끝에는 노란 꽃밥이 달렸다. 아직 피어나지 않은 옅은 분홍의 작은 꽃망울은, 그것만으로는, 화려하게 피어날 꽃을 상상하기 어렵게 귀엽게 달려있다.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꼭 한 번씩 멈춰서 환하게 웃으며 꽃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것 보세요!’
레몬 꽃을 피워낸 사람은 어떤 이 일까.
텃밭에서는 알 수 없이, 우연히 자리를 잡고 커가는 것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지나가던 이가 흘리고 간 땅콩을 그냥 두었더니 비를 맛고 흙 위에서 자라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기도 했다. 어느 날은 깻잎이 자라기도 했다. 뽑아주지 않으면 깊이 뿌리내리는 잡초도 있고, 햇빛에 따라 작은 노란 꽃을 펼치고 오므리는 괭이밥도 자란다. 괭이밥 수프는 한 번쯤 먹어보고 싶지만, 잡아먹기에는, 그 귀여움이 그를 지키고 있다. 올해는 자주 가 돌보지 않아서 무심히 자라난 것들을 속아줄 여력 없이 같이 키우고 있다. 비가 온 다음 날 모든 것이 보드라워지는 때를 기다렸다가 가 볼 일이다.
오늘은 어떤 씨앗을 심어서 키워볼까.
토마토를 만나고 싶으면 토마토를 심고,
감자꽃을 보고 싶으면 감자를 심고,
세상 참 간단하다.
j는
살구씨를
화분에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