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의 시작은 바구니,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용기.
가벼운 식물줄기로 짜인 작은 공간, 한 사람이 들 수 있는 그곳에 필요한 것을 넣고 이동한다. 이동이 먼저였는지 저장이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봇짐, 바구니를 들고 장에 가던 사람들은 가방이라는 것을 들기 시작했고, 비닐봉지라는 가벼운 신소재가 나오면서 가까운 곳은 빈 손으로도 장을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장바구니의 변화는 소재와 기술의 발전과 함께 했는데 드디어 보이지 않는 장바구니까지 개발되어 온라인이라고 하는 세상에서도 장바구니를 사용하더란 말이다. 온라인에서도 무언가를 담을 때 쓰는 이름으로 불뤼는데 바구니보다는 ‘장’이 더 활성화되었기 때문이겠다. 장바구니라고 해도 아이콘은 바구니가 아니고, 가방이 아니고, 카트이거나 봉투 모양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 속에서 장바구니는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차도 사고 집도 사고, 보이지 않는 것들도 살 수 있다. 이게, 보이지 않는 것들 뿐 아니라 바로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맘껏, 양 껏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장바구니는 넘치지 않는다. 가득 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꺼내서 사면 된다. 장바구니에는 사려는 것과 사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을 다 담을 수 있다. 내가 최근에 알게 된 어떤 경우에는 서로의 장바구니를 미리 공유하며 한정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바구니가 아닌) 사람이 넘치지 않는지 살펴보다가, (넘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넘치는 순간 모두가 약속된 시간을 기다린다) 선착순 자리 잡기 작전에 돌입하기도 한다. 이때의 바구니는 예비 (수강신청) 장바구니로 불뤼며 실물 못지않게 긴장되는 클릭 작전에 성공하면 비로소 나의 장바구니에 살포시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긴장되는 장바구니 채우기는 다시없을 것 같다. 본 수강신청을 하기 전 만들어진 치열한 예비 ‘장’이다. 장바구니에 넣지도 못하고 관심만 가지고 있는 것들은 따로 분류된다. 무한 장바구니에 익숙해진 무게 없음에서 이 장바구니 사건은 영화 속 마트의 ‘오픈 런’ 장면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오픈 런 대신에 ‘개장 질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내 가방에는 잘 접어놓은 폴리에스터 원단의 장바구니가 하나 들어있는데 20년은 족히 사용한 것이고 앞으로도 그만큼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관심은 다른 곳에 넣어두고 꼭 살 것만 담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