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는 맛있는 당근이 나오기 시작하는 때라 당근을 대량으로 사게 되었는데, 그래서 당근을 듬뿍 넣고 토마토페이스트를 넣은 붉은 마녀수프를 만들 요량으로 한 명에 당근 한 개 분량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통통한 흙당근 3개, 원형 1센티 높이로 썰기
감자 3개, 브로콜리 1개, 호박 반 개, 가지 하나
토마토페이스트 200ml, 물 적당히
월계수잎 3장, 올리브오일 한 스푼, 소금 한 꼬집
오늘의 작전은 비교적 약한 불에 천천히 당근 기름을 내서 영양과 부드럽게 단 당근 맛을 살리는 것. 버스정류장의 광고문구 때문이었을까, 삶은 당근, 당근 카레 만들기와 비슷하지만 당근을 크게 썰어서 익히고 오일을 적게 쓰려고 한다.
약한 불로 마른 팬에 익히다가 올리브오일을 더하고 너무 탈 것 같을 때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볶았다. 진한 주황빛 오일이 떠오른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 감자를 넣고 불을 세게 해서 잘 볶다가 토마토페이스트를 넣고 물도 약간 더해서 끓이기 시작한다. 소금과 월계수잎을 넣고, 물에 담가놓았던 브로콜리를 꺼내서 손질해 넣고 기다린다. 가지는 나중에 넣었다.
이때, 주문을 걸어둔다.
무 병 장 수 , 건 강 하 자 !
(이건 마녀수프니까,
공식적으로 할 수 있다.)
깊은 접시에 담아서 붉은 수프에 담긴 당근을 맛보는데 신선한 당근 맛에 포슬포슬한 감자 식감도 장착한 삶은, 당근이다. 토마토와 채소들이 엉겨서 만들어낸, 익숙하지만 새로운 맛. 오랜만에 건강하고 맛있는 수프를 한 솥 끓여 냈다. 포토푸 할 때도 이렇게 당근을 많이 넣지 않았는데 아주 갈아서 수프로 만들지 않고도 거부감 없이 잘 먹을 수 있었다.
한 때 왜 끓일 채소들을 기름에 볶아내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한 번에 다 넣고 끓이기도 했는데, 볶은 당근이 주는 단맛과 감칠맛을 주는 갈색 반응 이용하는 법을 익혀서, 적절한 요리법을, 때맞춰 선택할 수 있는 갈래를 하나 장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