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 중에 게르 캠프에서 식사를 하면 어디서건 길쭉하고 커다란 법랑 주전자에 따뜻한 물을 내어주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큰 주전자일까 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차를 홀짝이고, 식사와 곁들이고, 캠프의 커뮤니티공간, 식당에서 이래저래 머무르다 보면, 큰 주전자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건 멀리 달려온 여행객들에 대한 사막의 환대였을까. 식탁에는 인스턴트커피와 설탕이 항상 놓여있었다. 해 질 녘이 되면 아무것도 없는 캠프 주변으로 차들이 라이트를 켜고 하나 둘 나타나 몰려오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었다. 비양작에서는 그곳 게르에 머물까 더 달릴까를 고민하며 캠프와 주변을 서성이다가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j가 우리 밥 좀 주세요를 외쳤는데, 식사시간이 훌쩍 지난 때였지만 주방에서 따뜻한 양고기 수프를 한 그릇씩 내어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셈을 하려고 했는데, 괜찮다 하시며 충분히 쉬었다 가라고 하셨다. 우리는 더 멀리 가서 숙소를 찾기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광희동 식당에서는 식사와 곁들일 수 있는 홍차, 녹차를 천 원에 판매하는데 주문하면 티백 넣은 주전자와 그릇을 같이 식탁에 놓아준다. 필요할 때 가져다가 마실 수도 있다. 솜사, 샤슬릭, 필라프와 같이 마시면 묵직한 질감과 향신료, 채소들 사이를 넘나들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덤덤하고 담백한 관계를 따뜻하게 유지하게 해 준다. 그곳에서는 처음 혼자 식당을 방문한 이국 손님에게 여행지에서 처럼, 처음 맛보는 메뉴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주변 손님들이 메뉴 선택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거 맛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인사동에서 보이차를 처음 마셔보았는데, 중국식 찻 상 쓰는 법, 차 우리고 마시는 법을 배웠다. 물을 터프하게 버릴 수 있는 찻상과 위에 올려진 아기자기한 도구들, 작은 주전자와 개완이라고 하는 뚜껑 있는 찻잔, 차를 담아놓는 잔, 마시는 잔, 거름망, 찻잔을 집는 대나무 집게를 사용해 보고, 세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은 찻잔을 홀짝이는 재미가 있었다. 사장님은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른 보이차를 내어주시고 맛보라고 다른 차도 주셨는데 설국화, 야생홍차의 신비로운 맛도 알게 되었다. 그곳은 카페답게 잎 차 말고 가벼운 음료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데, 언제는 한 청년이 가게 문을 열고 와서, 테이블 몇 개 없는 카페에서 공부하려니 조금 부담스러웠는지 인사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찻집 사장님 특유의 친화력으로 청년의 미안해하는 마음을, 괜찮다고 풀어주면서 무슨 공부하느냐, 이 얘기 저 얘기 말을 거시기도 했다. 아마도 한참 편하게 공부하다 갔을 것이다.
우리 집에는 보통 커피와 홍차가 떨어지지 않게 있고 자주 마시는데, 홍차는 식사 때 함께하기도 한다. 사실 주요 차 메뉴는 보리차인데, 요즘은 보리차를 끓여 마시는 사람이 적은 편이니까 손님들에게 한 잔 내어주기에도 좋았다.
시원한 얼음물 한잔의 인심,
달달한 자판기 커피의 인심,
차 한잔,
함께하며 마주하는 인심.
차를 나눠 마신다는 것.
아래 사진은 뜬금없이 생각나서 꺼내 본,
피카소의 귀여운 도자기 물병들
이렇게 귀여운 병에 물을 담아 나르면
즐거움이 배가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