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전말
얼마 전 뜬금없이 만두를 만들었고,
그 후 ‘김만두’라고 불뤼고 있다.
겨울이 오고, 냉장고에 김치가 가득하고, 무언가 특별한 것을 만들고 싶다, 생각나면 만두를 만들 수 있다. 본가에서는 설마다 만두를 만들었다. 아마도 200개 정도는 만들었지 싶다. 더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럿이 둘러앉아 맡은 임무에 충실하다 보면 어찌어찌 다 만들 수 있다. 나는 만두피 담당으로, 오랜 기간 그 위치에서 소임을 다했으며,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밀가루 반죽을 길쭉하게 빚어, 칼로 적당히 등분하고, 둥글 납작하게 만들어 밀가루를 묻혀놓았다가 밀대로 동그랗게 모양을 잡으며 민다. 다음 공정인 만두 빚는 이들의 속도를 보아가며 빠르게, 혹은 천천히 만두피를 공급하고, 틈틈이 반죽을 다듬는다. 그러면서도 만두피 빚는 본분에 소홀하지 않도록 적당한 두께로 예쁜 동그라미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게 모르게 습득된 만두피 기술 30년이랄까.
밀가루에 소금을 섞고, 물을 넣어가며 팡팡하게 반죽을 만들고, 냉장고에 넣어둔다.
멸치, 다시마, 파뿌리, 무를 넣고 육수를 끓인다.
갈은 돼지고기를 소금, 간장, 후추 간 해서 미리 재워 놓는다. 두부를 꼭 짜서 담아놓고, 김치를 잘게 썰고 국물을 적당히 짠다. 파 흰 줄기를 가늘게 채 썰어 듬뿍 담는다. 골고루 잘 섞는다.
반죽을 꺼내 밀가루를 묻혀가며 밀대로 밀어 만두피를 만든다.
한 그릇에 다섯 개 넣는다고 생각하고 만든다.
고명으로 다시마를 채 썰고 달걀지단을 만든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한 과정이었다. 생각과 실전은 조금 다른 전개가 펼쳐진다. 밀가루 반죽을 냉장고에서 꺼냈는데, 생각보다 질었고, 수제비 반죽에 더 가까웠다. 잠시 당황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 밀가루를 아주 많이 묻혀가며 밀대에 달라붙지 않을 정도로 만두소를 감싸듯이 연약한 만두피를 씌웠다. 수분이 많아 접시에 잘 달라붙기도 해서 밀가루를 많이 썼다. 이렇게 만든 만두를 육수에 넣으며 잘 익혀서 그릇에 담아내었다.
“이야, 진짜 맛있다. 이건 팔아도 되겠는데? ”
“괜찮아? 반죽이 좀 질게 되었는데. ”
“나는 이렇게 두툼한 수제비 반죽 같은 게 좋아, 그래서 더 좋아. ”
“그래? ”
우연이었지만, 맛있다니 그걸로 되었다. 내 의도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오늘 하루 만두 장인이 되었다. 뭐 아무렴 어때.
그날 받은 탄력으로 나는 또 만두를 만들었다. 한 그릇에 다섯 개씩 만두를 담고,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내가 한 개를 남기고 거의 다 먹어 갈 때쯤 j가 말했다.
“ 나는 다섯 개는 너무 많아서 못 먹겠다. ”
“ 그럼 내가 먹겠다. ”
내 그릇에 만두 한 개를 덜었다.
“ 그런데 먹다 보니 나도 배불러서 더 못 먹겠다. 이거 하나는 남겨야겠다. 나는 다 먹었다. ”
“ 벌써 다 먹었다고? 나보다 빨리? 그럴 리가 없는데, r도 마지막 만두를 이제 막 먹기 시작했다. 너가 그렇게 빨리 먹었을 리 없다. 이상한데, 혼자 네 개만 담아서 먹은 거 아니야? ”
“ 세 그릇 다, 다섯 개씩 담았고, 내가 후루룩 빨리 먹은 것이다. ”
“ 보통 먹는 속도를 생각해보면 그럴 리가 없다. 네 개만 담았을 것이다. 우리 몰래 너만 네 개 담은 거 아니냐? ”
“ 내가 나도 모르게 네 개만 담았을 리 없다. 둘이 얘기하는 사이에 조용히 먹었다. ”
“ 아니다, 뭔가 수상하다. 만두 몇 개 만들었어? ”
이렇게 시작되었다.
“ 흠.. 먼저 14개를 만들고, 3개를 더 만들고, 크게 2개를 더 만들었다. ”
“ 그럼 19개를 만들었네, 냄비에 남은 만두가 몇 개인지 봐봐. ”
“ 냄비에는 4개가 남아있다. 내가 안 먹은 만두가 1개 있으니까 5개가 남은 것이다. ”
“ 거봐!! 5개씩 담았으면 4개가 남아야 맞는데 5개가 남았으니까 하나 덜 담았네! ”
흠. j의 황당하지만 당당한 말투에 현혹되어갔다.
“그런 건가? ”
“ 그래! 일단 먹어봐. 더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
“ 먹어보라고? ㅋㅋㅋㅋ ”
“ 응 먹어봐, 너 확실히 부족해. 먹어보면 알 수 있을 거야! ”
“ 그런가? ”
“ 그래, 그런 거야! ”
남은 한 개를 접시에 덜어, 숟가락으로 갈라 한 조각 먹었다.
“ 어때? ”
“ 응,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
나는 더 먹을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
“ 것봐, 진짜 큰일 날뻔했다. 밤에 얼마나 배가 고팠겠어. 생각해봐. 얼마나 큰일이야. ”
“ 그런 건가.. ”
“ 그럼 이제 만두 몇 개 남았어? ”
“ 냄비에 네 개 남았어, 큰 거 두 개 작은 거 두 개. ”
“ 그래 이제 딱 맞는 거야, 냄비에 만두 네 개 남았고, 우리가 열다섯 개를 먹은 거지. ”
그때까지 너무 웃기지만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r이 뭔가 완전히 이해되지 않음을 느끼고 말했다.
“ 나도 냄비 볼래. 몇 개 남았는지. ”
r은 냄비를 확인했다.
“ 냄비에 네 개가 있잖아! ”
“ 응 그렇지. ”
“ 그럼 우리가 15개를 다 먹은 거잖아!! ”
“ ? ”
“ 그럼 다섯 개씩 담은 게 맞는 거네! ”
이크.
“ 그런 거네! ”
“ 이게 우찌 된 일이야, 이게 다 아빠 때문이야! ”
“ 거봐, 내가 다섯 개씩 담았다고 했어 안 했어!!!! ”
“ 그럼 너 지금 혼자 여섯 개나 먹었어?? ”
“ 날 뚱땡이로 만들 작정이야?! ”
j는 네 개, r은 다섯 개, 나는 여섯 개의 만두를 먹은 것이다. 따지고 보면 평소 먹는 양 대로 먹은 것이다. 이런 만두 사건이 있었다.
그렇게 먹고 남긴 만두를 구워 점심으로 먹었다.
만두소를 만들 때 두부나 김치를 너무 꼭 짜면, 삶았을 때 고기와 두부가 단단하게 익어서 뭉쳐질 수 있다. 적당히 하고, 김치와 파 등을 고르게 잘 섞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당면을 삶아서 넣는 것은 그런 이유인 것 같다. 그 재료들 사이사이에서 탄력을 주면서 식감을 좋게 하는 것 아닐까. 조금 귀찮아서 넣지 않았었는데 다음에는 넣어봐야겠다.
파를 다져 넣을 때, 대파를 이용할 때에 흰 뿌리 부분 위주로 넣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잎 부분은 조금 단단하고, 삶아졌을 때 초록이 빛바래 누런 생기 잃은 색이 되는데, 만두를 자를 때 보면 상당히 눈에 띄는 것 같다. 아주 얇게 썰어 넣거나 연한 부분 위주로 넣는 것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