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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Dec 05. 2020

lalala 김밥

모든 재료가 동시에 떨어지게 하라.

 김밥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김의 거친 면을 위로하고 밥을 얇게 골고루, 특히 끝 가장자리 부분을 신경 써가며, 아래부터 김의 2/3이 덮이도록 펼친다. 재료들을 안쪽에 펼쳐놓고 밥을 힘주어 꾹꾹 눌러주며 김발을 이용해 동그랗게 만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밥의 질기이다. 예전에 밥이 약간 된 상태가 된 와중에 소금, 참기름 코팅까지 완료하여 김밥을 한 적이 있었다. ‘밥알의 탄력이 살아있는 김밥을 하겠다.’는 부푼 생각이었다. 물론 김밥을 말 때도 알아차렸다, 잘 뭉쳐지지 않는다. 김 끝 부분에 밥알을 눌러 펴서 접착제 삼아 말았다. 도시락 통에 김밥을 담아주고, 내 몫의 김밥을 접시에 담아놓았는데, 점심때가 되어 젓가락으로 김밥을 잡는 순간 ‘후드득’ 하며 모든 것이 풀어헤쳐졌다.


 그나마 r의 도시락은 더 신경 써서 만들고, 통에 빈틈없이 잘 담겨있어서 풀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j는 "숟가락이 없어서 김밥을 먹을 수 없었다."는 말을 전했다. 나는 물론 접시에 담아  볶음밥 인양 숟가락으로 먹었다.


 맛은 아주 좋았다. 적당하게 한입 크기로 잘린 단무지, 햄, 달걀, 당근 사이사이 참기름 코팅된 탄력 있는  밥알들이 뒹굴었고, 중간중간 약간 쫄깃해진 상태로 김의 맛이 느껴졌다.


  종종 la김밥, 파티 김밥, 셀프 김밥 등의 이름으로 불뤼는 김밥을 준비해서 저녁으로 먹는다. 김밥 재료 준비는 같은데, 김밥을 말고 써는 전문 과정을 생략하고 바삭한 김밥김을 온전하게 맛볼 수 있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가볍게 준비해서, 재밌게 먹을 수 있다. 김밥을 싸는 과정을 생략하니 심리적 부담이 없어져서 준비 과정이 간단해 보인다. 보리차를 끓여 같이 먹으면 잘 어울린다.

 

 시금치를 삶고, 당근을 채 썰어 마른 팬에 볶고, 그 사이 단무지와 우엉을 3등분 해서 접시에 담는다. 달걀말이 혹은 지단을 만들어 식혀 놓고, 햄을 볶아 담는다. 김밥용 김을 4 등분하여 준비한다.

 밥은 김밥 할 때 같이 다시마 한 조각 넣고 밥을 해서 소금, 참기름을 약간 더해 식혀서 먹어도 좋지만, 맨밥에 먹는 것도 좋다. 재료들이 크게 잘려 있고, 바로 해서 먹는 것이어서 약간만 식은 상태면 좋은 것 같다.


 언젠가 j는 이런 주문을 했다.

  “모든 재료가 동시에 떨어지도록 하라.”

 마지막까지 모든 재료들을 다 넣은 상태로 먹고 싶다나.


 게맛살, 치즈, 신선야채 등을 늘어놓고 북적거리며 먹어도 좋겠다. 그야말로 작은 파티다.

 차가운 재료, 따뜻한 재료를 구분해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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