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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Nov 13. 2020

과일가게와 장식


 여기저기 늘어놓다.


 다리 끝 작은 모퉁이 야채가게가 비워지고 과일가게가 생겼다. 사장님은 내부를 깨끗하게 비우고 페인트칠하고 밝은 형광등으로 교체하였고, 차양과 셔터를 달았다. 평상 위에 빨간 바구니들이 펼쳐지고, 사과, 감, 귤, 포도 등등이 가지런히 담겼다. 영업시간이 끝나면 남은 과일들은 차곡차곡 상자에 다시 담겨 쌓아 졌고, 평상이 세워져 가게 안으로 들어갔으며, 차양은 말끔하게 접히고 셔터도 닫힌다. 온전히 모든 것이 건물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당연한 일들 인 것 같지만, 보기 드문 산뜻하고 신선한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사장님은 분명 본인이 추천하고픈 생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원하는 바구니를 골라 가져가도록 한다. 그렇다고 흠 있는 것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고,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우리는 종종 작고 단단해 보이는 짙은 사과를 한 꾸러미 산다. 최근에 사과를 샀는데 담아주시면서 “이게 작아도 참 달고 맛있습니다. 꼭 씻어서 껍질채 드세요.”라고 얘기해주셨다. “네!” 기분 좋게 대답했다.  잘골랐군.


 얼마 전에는 귤을 한 상자 샀다. 집에 가지고 가서 꼭 상자를 열어 놓으라고 하셨다.


 집에 와서 상자를 열고, 곳곳을 귤로 장식했다. 매실 말릴 때 한 번씩 쓰는 소쿠리에 담아 베란다에 가져다 놓고, 대나무 찜기에 담아 식탁에 놓고 식료품 선반에도 놓았다.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나눠 담아 살짝 열어 놓는 부엌 창, 틀에 하나 놓고, j와 r이 머무르는 공간의 창틀에도 하나씩 놓았다. 적당히 차갑고 바람이 통하는 위치를 잡았다.


 식탁 옆 식료품 선반 위에는 주로 과일이 놓인다. 아침에 먹는 사과, 가끔씩 사는 토마토, 바나나. 그 옆에는 r이 학교에서 만들어온 (내가 관리해야 하는) 수경 대나무가 두 줄기 있고, 너무나 잘 자라서 두 개의 화분으로 나누어준 스투기가 제멋대로 뻗치며 자라고 있다.


 요즘은 보통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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