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_익스플레인드 : 스포츠를 입다
보통 사람들이 저에게 묻곤 하죠.
예를 들면, 당신은 무엇을 입고 자나요?
그럼 저는 말해요. 그냥 샤넬 넘버 5라고요!
왜냐면 그게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알몸으로 잔다고 말하면서 다니고 싶은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게 사실이니까요.
- 마릴린 먼로
(마릴린 먼로 샤넬 넘버 5 인터뷰 동영상)
집콕의 현명한 생활은 아니고 넷플릭스에 뒤늦게 빠졌다.
요즘 하루 종일 부모님과 내가 집에 있다 보니 작은 문제가 하나 생겼다. 십여 년 전부터 난 내방의 텔레비전을 없앴다. 집에 텔레비전이 두 대 있으나 당연히 안방의 텔레비전은 엄마, 거실의 텔레비전은 아빠가 따로 보신다. 나는 가끔 보고 싶을 때 거실이나 안방의 텔레비전을 이용했는데 요즘 두 분 다 집에 계시니 내가 볼 틈이 없다. 그래서 결국 나는 넷플릭스를 가입했다. 이게 늪이다. 안 봤던 드라마를 몰아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에 빠졌다.
요즘 재미있게 보는 것은 <익스플레인 : 세계를 해설하다> 코로나 19 사태 때문에 ‘전염병의 위협’을 보고 ‘다이어트는 왜 실패하는가’를 보고 푹 빠졌다. 15분에서 20분 정도의 짧지만 재미있는 다큐다. 어제는 알아서 추천해주는 내 취향에 따라 <미니멀리즘 :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이어서 “스포츠를 입다”를 봤다. 애슬레저(athleisure look)
요즘 나는 내가 스스로 꼰대가 되어간다 느낀다. 그중 하나가 레깅스를 일상복처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입는 옷의 자유를 타인의 시선에 방해받고 싶지 않다 해도 y존이 훤히 드러나는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게 민망하다. 여자인 나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이 가는데 남자들도 그렇지 않을까? 남자들이 입는 것은 더 싫다. 징그럽다! 레깅스는 그냥 운동할 때, 집에서 편하게 입는 용도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중적으로 노브라에 대해서는 찬성이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노브라로 다닌다. 진짜 편하다. 노브라를 하고 나니 소화도 잘 되고 혈액순환도 잘 된다. 가끔 블라우스나 원피스를 입을 때는 편한 브래지어를 입지만 그마저 불편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BP가 드러나는 건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고 브래지어라는 것으로 여성을 옭아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취향이나 생각이라고 말하지만 한편 꼰대가 되어 가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1900년대만 해도 여자는 테니스 선수라 해도 치렁치렁 긴치마에 블라우스, 코르셋까지 갖춰 입고 경기를 했다고 한다. 상상 그 이상 놀라웠다.
미국의 체육관, 운동시설을 뜻하는 영어 단어 김나지움(gymnasium)은 독일에서 유래했는데 독일에서는 지금도 중등 교육기관을 뜻한다. 이는 원래 고대 그리스의 김나시온(gymnasion), 청년기의 교육을 행한 체육장 또는 훈련소에서 유래했다. 체육관에서는 철학ㆍ문학ㆍ음악도 가르쳤으며, 근처에 공립도서관이 있었다고 한다. 다시 ‘gymnasium’의 어원을 살펴보면 ‘벌거벗은(naked)’이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지성과 함께 신체의 단련도 매우 중요하게 여겼는데 신체야말로 신이 준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벌거벗고 신체를 단련했고, 완벽한 신체를 가진 젊은 남자 시민은 그리스의 이상적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리스의 조각품들이 죄다 벌거벗고 있는 모양이다.
치렁치렁했던 운동복이 스판덱스의 발명으로 점점 더 몸에 착 달라붙어 안 입은 듯 편안한 옷으로 발전하다 레깅스에 이른 것이다. Y존의 민망함은 보디슈트처럼 다리 사이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천을 덧대, 해결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레깅스가 청바지의 판매량을 제쳤으며 운동은 물론 일상 외출복으로 누구나 다 입고 다닌단다. 요즘 한국에서 젊은 사람들의 레깅스 패션도 그렇게 넘어온 모양이다. 그래도 난 외출복으로는 민망해서 싫다. 편하고 허리도 펴지니 집에서 입는 것으로 만족한다.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게으름을 피우다가 벌떡 일어나 108배를 했다. 마릴린 먼로의 저렴한(?) 잠옷처럼 알몸으로. 사실 처음 108배를 시작할 때는 요가복이 아니라 알몸으로 했었다. 그게 참 편했다. 그러다 실내복, 주로 수면바지와 티셔츠 혹은 수면잠옷을 입고 했는데 영 걸리적거리고 불편해서 생각한 게 요가복이었다. 필라테스 6개월 정도 하면서 뭐 그리 많은 옷을 사들였는지, 색색깔의 요가복이 처박혀 있었다. 이게 입어보니 편하기도 하고, 몸에 착 붙어 자세가 잘 보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십 년 넘게 나의 겨울용 일상복이었던 수면복을 대신해 요가복을 입고 지내게 되었다.
그러다 오늘 다시 그리스의 남자 시민처럼 마릴린 먼로처럼 해보니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 마릴린 먼로의 인터뷰는 향수 샤넬 넘버 5의 광고 때문이라 한다. 시작이야 어떻든 “나는 샤넬 넘버 5를 입고 잠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해요” 참 멋지지 않은가. 파이퍼 하이직 샴페인은 한 병에 40만 원 정도 하니 무리겠으나 샤넬 넘버 5만 입고 잠들고 운동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어.
마릴린 먼로도 말했듯 그렇다고 알몸으로 108배 한다고 말하면서 다니고 싶은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게 사실이니까 해보니까 편하고 좋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마릴린 먼로처럼 해볼까 했는데... 오늘 108배를 91배까지밖에 못했다. 80배 정도에 왼쪽 발이 꺾이면서 발등의 근육? 혈관이 꼬이는 느낌이더니 91배에 또 한 번 그랬다. 멈췄다. 이미 땀은 송골송골 났고, 발등이 꼬이는데 무리해서 108배를 채울 필요는 없으니까.
평소 레깅스에 양말을 신고 했었는데, 역시 운동복이 필요한 이유는 편안함에 더해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 다시 레깅스를 입고 108를 해야겠다. 어쨌든 오늘도 108배로 하루를 시작했으니 활기찬 하루를 보내야지!
*어제 산책으로 뒷산에 가서 진달래 사진을 찍고 왔다. 기분 좋다!
*극단의 불면 실험 1일 차 : 저녁 9시에 자서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성공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새벽 1시에 일어나 9시까지 책상 앞에 있다가 졸려서 침대에 누웠으나 뒤척거리다 11시 넘어 잠들어 오후 1시에 일어났고. 오후 5시 산책을 다녀와 저녁 먹고 놀다가 9시에 잠들었다. 넷플릭스의 늪에 빠져 허우적, 자료만 뒤적이다가 글은 한 줄도 못 썼다. 그러니 완벽한 실패다! 졸릴 때 자고 일어나면 생활하고, 그중에 하루 8시간 정도는 글을 써야 한다. 글 쓰는 게 직업인데 하루 8시간은 써야지. 사실 마감 주간에는 12시간에서 20시간 정도는 써야 하는데 불면을 위해 하루 8시간으로 정했다. 일주일만 계속 수면시간을 기록하며 실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