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과 대상포진 그리고 어루러기
진정한 의사는 내 몸 안에 있다.
몸 안의 의사가 고치지 못하는 병은 어떤 명의(名醫)도 고칠 수 없다.
- 히포크라테스
요즘 코로나 19 사태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면역력에 대한 방송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면역력을 높이는 식재료도 인기라고 한다. 엄마 아빠와 나 셋이 사는 우리 집도 비상이다. 한 달 정도는 괜찮았는데 두 달째가 되니 하루 삼시 세 끼를 해 먹는 일이 이렇게 힘들구나 싶다. 아침에는 빵이나 고구마, 떡과 과일을 먹지만 그래도 점심과 저녁에는 밥을 먹는다. 아빠가 입이 좀 까다롭기도 하고, 셋이 꼬박꼬박 밥을 먹으니 반찬을 해 놓기 무섭게 사라진다. 매일 다른 반찬을 해대는 엄마가 참 위대해 보인다.
매일 아침 사과는 오래전부터 엄마의 건강 지키는 습관이고 미나리, 돌미역, 두릅, 엄나무순, 돼지고기, 닭고기... 등등 면역력에 좋다 뭐에 좋다는 식재료를 엄청 챙기신다. 덕분에 나도 이달에는 장보는 비용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아빠는 엄마가 늘 집에 있으면 밥을 차려주니 좋다 하시고, 나도 때마다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니 좋기는 하다. 엄마는 꼬미시움 단장이라 일주일에 3-4번 이상 성당에 가시다가 주일미사까지 온라인으로 하는 상황이라 집에만 계신다.
마트에 가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요즘 어때?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
“아니. 괜찮아. 너희들이 걱정이지.”
“사실 요즘 우리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아.
나도 등에 어루러기 다 없어지고 나니까 진짜 기분이 좋아.
엄마 밥을 잘 먹어서 그런 것 같아.”
엄마가 며칠 전부터 말하던 오렌지가 싱싱하다. 양배추, 양상추, 소고기 부채살과 닭볶음탕용 닭, 버섯, 계란, 미나리 등등.. 엄마와 나 둘이 무겁게 장을 봐왔다. 사재기가 아니라 이렇게 사다 놓아야 일주일이 든든하다. 요술 냉장고인 엄마의 냉동실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챙겨 먹으니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다.
2년 전 여름, 대상포진에 걸렸었다. 엄마 아빠의 대상포진을 경험했으면서도 설마 40대인 내가 걸릴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땀띠인 줄 알았다. 옆구리가 좀 찌르르 아프고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했는데 그냥 참았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외출하고 돌아와 엄마한테 보여주면서 이게 땀띠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아프지, 하고 보여주니 엄마가 대상포진 같다고 병원에 가보라 하셨다. 그때까지도 설마 했다. 다음날 엄마가 심부름 때문에 약국에서 불렀다. 약국 아줌마는 우리 엄마의 대녀이기도 하다. 심부름 간 김에 약사 아주머니한테 내 옆구리를 보여주니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대상포진인데 수포가 터진 게 일주일은 되었겠다고 한다. 바로 근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더니 대상포진이 맞았다. 멍청하면 이렇게 병을 키운다.
약을 먹고 괜찮아지고 열흘쯤 지났을까 다시 아프다. 이번엔 등이 막 간지럽고 아팠다. 병원에 갔더니 대상포진은 아니고 곰팡이란다. 대상포진도 곰팡이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이렇게 생긴다고. 약과 연고를 처방받았는데 충격이었다. 연고가 무좀 연고다!
그때부터 지긋지긋한 곰팡이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보통은 어루러기라고 불린다. “어루러기는 말라세지아라는 효모균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표재 곰팡이증으로 가슴, 등, 겨드랑이, 목 등에 많이 생기며 연한 황토색, 황갈색, 붉은빛을 띠는 다양한 크기의 각질 같은 인설반이 발생한다.”라고 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에 나와 있다. 덥고 습윤한 환경에서 잘 생긴다 해서 그 여름 한 동안 에어컨을 틀어놓고 거실에서 지냈다. 매일 샤워하고 약 바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상포진 후 통증까지 겹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놈의 곰팡이, 어루러기는 이후로도 시시때때로 찾아왔다. 여름이나 겨울 계절과 상관없고 몸이 좀 피곤하거나 하면 등을 가득 덮어 짜증이 날 정도였다. 내가 이렇게 더러운 사람이야? 싶기도 했다.
어루러기는 꾸준히 치료하지 않으면 계속 재발한다는데, 나의 경우 피부과 약은 너무 독해서 먹으면 더 힘들었다. 교통사고 추나치료 때문에 다니는 한의원의 한의사는 소화력이 떨어져 음식을 먹어도 그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고,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너무 심해질 때면 50만 원이 넘는 한약을 권하는 의사도 있었다. 괜찮아지는가 싶다가도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손님처럼 등이나 옆구리, 겨드랑이 등에 벌겋게 퍼졌다. 최근 몇 달 동안은 아주 고질병이라도 된 듯 계속 있었다. 볼 때마다 속이 상했다.
108배를 하고 반신욕을 하고, 보습이 잘 되는 오일을 바르고, 집밥을 먹고 영양제와 홍삼, 유산균 등을 챙겨 먹고, 하루 8잔의 보이차를 마시고, 케일 바나나 주스를 마시고... 요즘 그야말로 건강하게 먹고 산다. 코로나 19 사망자가 70대 이상 노인, 기저 질환이 있고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 위험하다는 말이 있으니 더 열심히 챙기기도 했다. 부모님은 연세가 70대 이상이고 고혈압 등 기저질환도 있고, 나도 면역력이 좋지 않으니까 거의 자가 격리에 가까운 생활을 하며 참고 있는 것이다. 누가 보면 건강염려증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할 것이다. 덕분에 모두 집콕 생활이 두 달 가까이 되었지만 살이 찐 사람은 없다. 오히려 살이 빠지고 있다. 나는 3.5킬로그램 정도 빠졌고, 무엇보다 등이, 옆구리가 2주 전부터 깨끗해졌다.
지긋지긋한 어루러기, 곰팡이가 사라진 것이다. 앞으로도 잘 지켜보아야겠지만 요즘 우리 가족은 코로나 19 사태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진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도 거의 집밥을 먹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외출하고 미팅을 하면 인스턴트나 식당밥을 먹을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삼시세끼 집밥을 먹는다. 엄마도 더 열심히 영양소 골고루 반찬도 다양하게 챙긴다. 나는 가끔 사육당하는 것 같다고 배가 꺼지지 않아서 못 먹겠다고 할 때도 있을 정도다. 엄마한테 좀 미안하다.
그래도 지긋지긋했던 어루러기가 사라진 것을 보면 역시 잘 먹고 운동하는 것.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위대한 의사 히포크라테스도 우리 속의 자연치유력이 진정한 질병의 치유제라고 했지 않은가. 엄마의 정성, 삼시세끼 집밥이 나를 살렸으니 그 말은 정말 옳다!
*극단의 불면실험 3일 차 : 오후 1시 반부터 5시까지 4시간 반 낮잠
밤 11시 반부터 새벽 1시 반까지 두 시간 잤다.
낮잠을 늦게 오래 잤는데 저녁에 108배를 하고 반신욕을 하고, 마트 장보러 걸어갔다 오고 나니 저녁에 일찍 졸려 잤다. 그런데 두 시간만에 깼다. 20분 정도 게으름을 피우다 그냥 일어났다. 졸리면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