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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글쓰기 80일째] 밥 먹고 합시다!

“소설은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쓰는 것도 아니다.

온몸과 온 마음을 매일매일 아낌없이 내던지는 고된 작업!

그렇게 내던지기 위해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어야 한다.

특히 잘 먹어야 한다.

소설 쓸 시간 아낀다고 굶는 것보다 한심한 짓은 없다.”

김탁환, <대소설의 시대> 중


새벽 6시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커피도 마셨다. 이어서 아침 루틴을 하려고 보니 오전까지 넘기기로 한 원고가 아직 미완성이라 양심상 그것부터 했다.


마감에 쫓기다 보니 배가 고프고, 투표날인데 투표도 못했다. 일한다고 밥 굶는 것은 한심한 짓이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투표는 국민의 의무인데. 그래서 밥부터 먹고 투표도 하고 나서 겨우 마감해 오후에야 넘겼다. 오전에 왜 연락이 없나 조마조마했는데 어제 넘긴 내용도 아직 다 정리를 못했다고 한다. 그래, 내일까지 마감이고 PPT 정리 작업은 프로덕션에서 알아서 해주기로 했고, 난 시간에 늦지 않게 보냈으니 되었다.


한숨 돌리고 보니 내일 마감인 것이 또 하나 있다. 요즘 같은 때 일이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급하게 들어온 일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음 달부터 백수가 일을 가리긴 뭘 가리나 싶어 그냥 한다고 했다가 일주일 동안 동동거리고 다녔다.


김탁환 작가의 대소설의 시대를 읽다가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 임두의 일갈에 밑줄을 쫙 쳐두었다. 소설은 머리로 쓰는 것도 손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쓰는 것이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서 써야 한다는 말. 대한민국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어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니고 먹고살자고 쓰는 '글 노동자'가 그 먹는 시간, 자는 시간을 아끼면서까지 글을 써야 하나, 생각했다. 그래도 항상 마감에 쫓기면 밥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뒤로 밀린다.


예전에 택시를 타고 가는데, 아저씨가 물었다. “왜 일해요? 이렇게 일찍 서둘러 가야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뭐요” 하는 거였다. “먹고 살려니 그렇죠” 했더니 아저씨는 다시 묻는다. “요즘 세상에 일 안 한다고 굶나? 어떻게든 먹고는 살지.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요?” 가끔 그 질문이 떠오른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사는가? 아직도 답을 잘 모르겠다. (마감 때 아니면 열심히 살지도 않지만)


오늘은 일찍 일어났고, 108배와 아침 루틴도 했다. 잠도 푹 자서 몸도 개운하고 아침 점심밥도 든든하게 먹었으니 가열하게 또 써 보자. 언젠가는 답을 찾겠지. 왜 열심히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몰라도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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