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sugar) 단거(danger)는 위험(danger)하다!
요즘 핫하다고 후배가 톡을 보내온 달고나 커피, 달고나 라떼를 만들어봤다. 커피와 설탕과 물을 1:1:1의 비율로 섞어 숟가락으로 400번 저으면 완성된다는 그것 말이다. 난 집에서 인스턴트커피보다는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먹기 때문에 찐하게 에스프레소로 내려 거기에 설탕을 넣었는데.. 음 실패했다. 너무 묽어서 설탕을 하염없이 넣어야 할 것 같았다. 다시 도전, 카누 3개를 뜯고 거기에 설탕을 동량 넣고 물을 부은 다음에 숟가락 말고 잔머리를 써서 도깨비방망이, 핸드 블렌더로 저었다. 오 과연 까만색이 점점 캐러멜 색으로 변하더니 찐득하게 뿔이 생겼다, 성공!
정일우가 편스토랑에서 달고나 커피를 만든 것은 400번 팔운동과 시간 때우기가 핵심이라고 했지만 도저히 그렇게는 못 만들겠더라고. 그런데 먹어보고 깜짝 놀랐다. 달았다! 너무 달았다. 블렌더로 만들기 위해 양을 좀 많이 했고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절반을 버렸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입 먹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달다니. 우유에 얹어 달고나 라떼로 마시니 좀 덜 달았지만 그래도 달았다.
아, 평소 카페에서 먹는 라떼엔 도대체 설탕이 얼마나 들어간 것일까?
우울할 때는 단거가 당긴다. 하루쯤 괜찮아하고 먹던 라떼와 케이크에는 그 거품의 절반 이상이 설탕일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제 도저히 라떼도 케이크도 먹지 못하겠다.
요즘 집콕 생활로 집밥을 먹다 보니 하다못해 케일바나나주스에서도 짠맛이 느껴진다. 석 달 만에 끓여먹은 라면은 수프를 반만 넣었는데도 국물을 마시지 못했다. 입이란 참 간사해서 조미료 범벅 외식과 인스턴트 음식을 끊고 보니 맛에 더 민감해진 모양이다. 커피는 핸드드립에 시럽이나 설탕 없이 마시지만 가끔은, 아니 요즘은 아침마다 에스프레소에 설탕 한 숟가락씩 넣어 마셨다. 이탈리아 스타일로 각설탕을 넣고 두 번만 휘저어 먹고 싶었으나 각설탕이 없어서 그냥 설탕을 넣고 두 번만 휘리릭 저어 먹었다. 그래도 바닥에 가라앉는 게 많아서 괜찮아, 하지만 그것도 참 달다. 누구는 에스프레소 마신 다음에 남은 설탕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그게 참 달콤하니 맛있다고 해서 따라도 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하지 않으리라!
최근 책 대필 때문에 인터뷰하는 할머니는 80대다. 일제 침략기에 태어나 초등학생 때 6・25 전쟁을 겪었고, 20대 한창나이에 4・19와 5・16, 새마을운동과 한강의 기적을 몸소 겪은 분이다. 그분이 항상 말한다, “라떼는 말이야~” 그중에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 예전에는 설탕이 귀했으니까 손님이 오면 설탕물을 타서 내놓았다고. 보리차에 설탕을 타서 접대하는 풍경. 없이 살던 때고 모든 물자가 귀한 때라 설탕물이 커피나 녹차 같은 접대용이었다는 것이다.
몸에 좋으라고 열심히 108배를 하면 무엇하랴.
앞으로 몸에 나쁜 설탕은 먹지 않으리라. "대한 당뇨병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은 전체 성인 인구의 10명당 1명꼴인 약 320만 명이었다. 당뇨병 전 단계로 범위를 넓히면 성인 인구 10명당 2명, 즉 615만 명이 당뇨병 전 단계라(출처 : 시사매거진(http://www.sisamagazine.co.kr)"고 한다. 비만이 아니라 오히려 저체중인데도 당뇨가 있는 경우도 젊은 사람들에게서 특히 폭발적으로 늘고 있단다. 당, 설탕만 2주일 끊어도 허리 1인치가 줄고 무기력증이 없어지며, 컨디션이 좋아진다고 한다. 탄수화물과 인스턴트식품을 끊고 과일도 너무 단 것은 조금만 먹어야지. 설탕, 단거(danger)는 위험(danger)하다!
4킬로그램 감량 이후 몸무게가 제자리다. 활동량을 늘려야 하는데 집콕 생활에 빠져 외출하기가 점점 싫어진다. 하루 종일 답답하지 않냐고들 묻는데 난 원래 집을 좋아한다, 여행만큼이나. 책 읽고 108배하고 집밥 먹고, 가끔은 없는 솜씨로 요리도 좀 해 먹고... 하루 종일 서재에 있어도 놀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 슬슬 움직여야겠다. 방역은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는 적당히 두어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나가 돌아다니며 일을 해야지. 그래도 커피는 무조건 라떼 말고 아메리카노만 마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