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기립근과 숨어있던 키 2센티미터
“어… 어… 뒤로 넘어갈 것 같아요!”
“아니요, 안 넘어가요. 좀 더 쭉 펴요!”
“아니 진짜 뒤로 넘어간다니까요....”
“봐요!”
필라테스를 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일이다. 원장은 러닝 머신(트레드 밀) 뛰고 있는 나를 보다 못해 허리를 펴라고 잔소리를 해대더니 기어이 거울 앞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 보여준다. 거울을 보고 사진을 다시 보니 놀랍니다. 등이 곧게 펴져 있다.
“회원님은 목도 구부정, 허리도 구부정 도대체 왜 그래요!”
거울과 내 몸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나를 보자 원장은 기회를 잡은 듯, 잔소리를 이어갔다.
“목과 팔다리가 길고, 허리도 길어요. 인정! 게다가 가슴이 크니까 자꾸 웅크려서 허리와 목 디스크에 안 좋아요. 몸의 S라인이란 척추의 S라인이 살아야 한다고요. 회원님은 지금 목도 허리도 일자예요! 등만 제대로 펴도 키가 2센티미터는 큰다고요!”
자세만 바르게 해도 숨어있는 키 2센티미터는 돌아온다는 게 무슨 소리인 줄 알겠다. 필라테스 원장은 그 후로도 내가 문 열고 들어설 때, 운동할 때, 트레드밀을 뛸 때마다 갑자기 쫓아와서 “허리!”, “등!”, “S라인!” 소리를 쳤다. 그 잔소리가 그립다.
오늘 108배를 하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나는 균형이 안 잡히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천칭자리니까 요가 매트를 깔 때마다 매번 방바닥의 줄에 딱 맞춘다. 무릎이 닿는 위치는, 그러니까 앉았을 때 전신 거울에 옆모습이 보일 수 있도록 맞춘다. 그런데 오늘 절을 하면서 팔을 쭉 뻗는데, 팔이 바닥에 닿는 것이다. 사실 며칠 전부터 좀 그런 기분이 들어서 조금씩 조정을 해야 했다. 오늘은 좀 심해서 다시 위치를 세심하게 조정하고 절을 하는데 또 닿는다.
108배를 할 때 팔을 뒤쪽으로 쭉 뻗어 한 바퀴 돌리고 합장한 다음 무릎을 굽히고 가슴은 내밀고 허리를 쭉 펴서 등을 곧게 한다. 그다음 왼손부터 땅을 짚고 오른손을 짚는다. 고개부터 허리까지 척추 뼈를 하나씩 굽히는 기분으로 숙이면서 앞으로 팔을 쭉 뻗는다. 다시 척추뼈를 하나씩 펴는 기분으로 상체를 세우고 마지막에 고개를 든 다음, 합장한다. 발목을 90도로 꺾어 살짝 반동을 주는 기분으로 일어서면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
절에서 108배를 하는 방식에서는 좀 변형이 된 나의 108배 자세다. 팔을 뒤쪽으로 돌려 합장하니 등이 펴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한 지 좀 되었다. 처음엔 견갑골 내측에서 약간의 통증과 우두둑 소리가 나기도 했는데, 목디스크 이후 아프던 부위라 오히려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요즘은 소리가 나지도 아프지도 않다.
쭉 뻗는 동작이 반복되니까 어깨가 부드러워져 팔이 더 길게 나가는 모양이다. 거울을 보니, 등이 쭉 펴지고 팔뚝살이 빠져 보인다. 옷 갈아입을 때 보니 척추 허리 부근에 골이 파졌다. 기립근이 제대로 서고 있다. 야호, 이 모습을 필라테스 원장이 보면 박수를 쳐 주었을 텐데 싶다.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하면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108배를 하면서 필라테스 원장의 잔소리가 귀에 앵앵거리며 들리고 그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던 말들이 이제 몸으로 알겠다.
다음에 병원 가면 키 재봐야지. 1센티미터 가깝게 줄었던데 다시 늘어났을 것 같다!
In 10 lessions you will feel the difference,
in 20 lessions you will see the difference,
and in 30 lessions you will have a new body.
필라테스를 10번 하고 나면 스스로 변화를 느낄 것이고,
필라테스를 20번 하고 나면 타인이 그 변화를 느낄 것이며,
그리고 필라테스를 30번 하고 나면 완전히 달라진 몸을 체험할 것이다.
- 조셉 필라테스
필라테스를 개발한 조셉 필라테스에 따르면 필라테스를 30번 하면 완전히 달라진 몸을 느낄 것이라 했다. 그러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것이다. 108배 88일째다. 앞으로 무릎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 무엇이든 한 번 시작해 몸에 익으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노멀(normal)이 더 이상 언노멀(unnormal)이 아니라 뉴 노멀(New Normal)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 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