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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글쓰기 89일째] 소설을 쓸 거야!

108배를 시작하고 꿈을 많이 꿔요!

요즘 꿈을 많이 꾼다. 옛날 남자 친구들이 자꾸 꿈에 찾아온다. 잘 지내고 있는 건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하도 생생해서 잠에서 깨기도 할 정도로 선명한 컬러 꿈이다. 꿈에 놀라 깜짝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해 스마트폰을 뒤적이다가 이효리가 라디오스타에 나온 하이라이트 방송을 봤다.


요가를 시작하고 꿈을 꾸는 거예요., 이효리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꿈속에 찾아오는 구 남자 친구들, 이효리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요가인들은 과거는 몸이 기억하고 있다 한다. 이효리 (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깜짝 놀랐다. 아 그래서 그랬던 거였어. 이제 머릿속에서 희미해졌던 이들이 내 몸 어딘가에 기억이 남아 있어서 자꾸 꿈을 꾸는 거였어. 다행이다. 그들은 하나 같이 좋은 모습이었다. 멀쩡하게 차려 입고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띠고 행복해 보였다. 잘 지내고 있다고 나도 잘 지내라고 이제 아파하지 말라고 인사를 온 거였구나.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소설이 있다. 그 소설의 가제가 <몸의 기억>이었다. 누군가한테 그런 말을 들었다. 사람의 기억은 머리뿐 아니라 몸에도 남는다고. 한의사가 침을 놓으면 갑자기 슬프게 우는 사람이 있다고. 침이 아파서가 아니라 그곳에 남아있던 기억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그 말을 듣고 소설이 쓰고 싶었다. 몸에 새겨진 기억, 슬픔, 그것이 풀어지는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시간, 일상에 대해서.


당시에 함께 일하던 홍보 영상 감독은 이야기의 시작을 듣고 영화로 만들고 싶다 했다. 난 먼저 소설로 써보겠다 했었다. 감정이 중요하고 노말한 일상의 포착이 영화로 만들어지기엔 상업성이 떨어질 것 같다고. 이 소설을 쓰려고 제주에 방을 얻어 네 달을 살기도 했다. 벌써 10년도 넘은 이야기다. 결국 아직도 쓰지 못했다.


요즘 내가 108배를 하면서 몸에 집중하고, 명상을 하면서 다양한 꿈을 꾸는 이유가, 이효리를 통해 요가인들도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을 새삼 듣게 된 것이 하나의 계시는 아닐까. 쓰다 만 소설을 이제 써야 할 때가 되었다고.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어쩌다 글로 밥 먹고 사는 작가가 된 이후, 40대가 되면 소설이 쓰고 싶었다. 직업 작가가 되기 전에도 책을 좋아해서 내 이름이 박힌 책 한 권은 쓰고 싶었다. 별자리를 공부하게 된 계기도 그래서였다.


“소설 쓰고 싶다며. 주인공 말고 주인공도 이해하기 힘든 안타고니스트, 어떻게 만들 건데. 별자리 공부하면 도움된다!”


별자리에 대해 처음 이야기해주었던 선배가 이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면 별자리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 이제 정말 때가 되었다. 소설을 쓰자!


108배 부작용인가? 효과인가?

너무 애쓰지 말자 하면서 자꾸 하고 싶은 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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