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와 수분 충전
“얼굴이 또 부었네요. 소화는 잘 되나요? 잠은 잘 자요?”
한의원에 가면 의사가 맨날 하는 소리다.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들도 ‘좀 부어 보이는데’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요즘은 달라졌다.
“소화 잘 되죠. 부기가 많이 빠졌네요.”
의사의 반응도 달라졌고, 사람들도 다이어트 성공이냐고 묻는다.
몸이 자주 붓는 증상은 통증과 마찬가지로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다.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부기는 반복되고 그러다 보면 그건 그대로 살로 간다.
몸이 붓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우리 몸의 70%를 이루고 있는 수분 대사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근육이나 지방 세포의 안쪽에 있어야 할 수분이 세포 밖으로 나와 수분 균형이 깨지게 되어서다. 체내 수분을 배출하는 신장에 이상이 생겨 부종이 생길 수도 있다. 둘째, 호르몬의 상태가 불균형인 경우 배와 다리가 심하게 부어오를 수 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거나 여성의 경우 생리주기의 영향을 받는다. 셋째, 장시간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경우, 혈액순환의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몸 안에 독소가 배출되지 못해도 몸이 붓는다. 간 기능에 이상이 있을 경우, 몸의 혈장 삼투압 조절과 노폐물 제거가 잘 안 될 수 있다. 다섯째, 짜고 자극적인 식습관을 가진 경우 몸이 쉽게 붓는다. 외식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 안주 때문에 붓는다. 여섯째, 잠을 잘 못 자서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잘 때 불편한 자세로 잤을 때 붓는다.
나의 경우,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습관,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전날 과음과 폭식으로 붓는 경우가 많았다. 한동안 밤에 피는 장미가 별명이었다. 전형적인 야행성이고 일이 늦게 끝나거나 술을 마시거나 어쨌든 밤늦게까지 활동이 많았다. 아침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오후 늦게 저녁이 되어서야 살아나는 것이었다. 감독들도 알아서 오전 미팅은 피해 주었다. 어쩔 수 없는 갑의 요구에 아침 미팅이 잡히는 날이면 밤을 새우고 가기도 했으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얼린 숟가락으로 눈두덩을 마사지하거나 림프절 마사지, 손과 귀의 지압점을 눌러줘도 역부족이었다. 친구들은 그러다 부은 게 다 살 된다고 호박즙이나 팥차 등을 마시라고 권하기도 했다.
108배를 처음 시작했을 때, 미팅이 있거나 외출을 하는 날이면 건너뛰는 날이 많았다. 요즘은 외출하는 날에도 조금 일찍 일어나 108배부터 한다. 아침에 108배를 하면 부기가 확실히, 바로 빠지기 때문이다. 108배는 혈액순환이 잘 되고 시작할 때, 중간에 끝나고 물을 마시니까 수분 충전도 확실하게 된다. 바뀐 습관 또 하나. 보이차를 가지고 다닌다. 집콕하다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갈증이 심하다. 아무래도 밖에서는 커피를 많이 마시고 물을 안 마신다. 나의 텀블러에는 커피 대신 보이차가 들어있다.
정말로 부기가 살이 되는 것일까? 부기만 빠져도 살이 빠진다는 것을 몸으로 확실히 느끼고 있다.
오늘은 오후에 더빙이 있다. 원고는 벌써 넘겼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108배를 했다. 부기가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오늘은 아름다운 여배우를 만나니까! 남자 배우 만날 때보다 더 설렌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