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자리 피카소의 연습 스케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할 수 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할 수 없다.
이것은 불변의,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진리이다.”
He can who thinks he can, and he can't who thinks he can't.
This is an inexorable, indisputable law.
- 파블로 피카소
피카소는 누구나 알지만 그렇다고 잘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화가다. 천재 화가, 현대 미술의 창시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화려한 여성편력... 그에 대한 수식어는 화려하다. 그러나 어린아이도 따라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해괴한 그림을 왜 현대미술의 시작이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바르셀로나에서 피카소를 만나기 전까지는.
유럽 여행을 갈 때 바르셀로나와 파리, 비엔나에 간다 하니 친구들은 파리의 피카소 미술관을 간다면 바르셀로나에서는 패스해도 된다고 했다.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지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파리보다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을 강력히 추천했다. 결론적으로 어린 시절 그림들이 많은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은 꼭 가봐야 한다. 특히, 나처럼 그가 왜 천재인지 모르겠다면. 그의 어린 시절 비둘기 그림과 어머니의 초상화. 14살 때 작품 첫 전시회에 올린 <첫 영성체> 등을 봐야 한다.
머리는 틀어 올린 여인이 눈은 살며시 내려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벽난로를 등지고 앉아 뜨개질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잠시 쉬는 듯, 여인의 표정은 온화하고 기품이 있다. 뒷부분이 밝고 앞으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빛의 농담 때문에 언뜻 빛의 화가 렘브란트가 떠올랐다. 그러나 렘브란트처럼 두껍고 어두운 붓칠이 아니다. 종이에 파스텔로 밝고 화사하다. 가르마에도 빛이 가 닿았는데 역시 파스텔 빛으로 ‘반짝’하는 느낌이다. 사르락 소리가 날 듯 실크 블라우스의 질감이 느껴지고 진주 귀걸이의 영롱한 빛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진으로 보면 진주 귀걸이가 몹시도 아쉽다.
이곳이 피카소 미술관이 아니고, 화가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이것이 피카소의 그림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보는 이가 몇이나 될까? 1896년, 피카소가 14-5살 즈음에 그린 어머니의 초상을 보니 그가 왜 천재인지 알겠다. 그는 정말 열두 살 때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20세기 초 파리로 몰려든 예술가들은 파리의 도심에서 벗어난 북부 몽마르뜨에 자리를 잡았다. 피카소가 살았던 아뜰리에 건물은 피아노 공장을 개조한 것으로 계단은 삐꺽거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낡았는데, 방이 30개였지만 수도꼭지는 단 하나였고 가스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단다. 그와 한 방에 살았던 프랑스 시인 막스 자콥의 표현에 따르면 볼품없기가 ‘세탁부들의 빨래터로 쓰이는 강변에 늘어선 낡은 배들’ 같은 바토 라부아르(bateau-lavoir : 세탁선)다. 1970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재건된 건물은 짙은 녹색의 현관 전경에 피카소의 유명한 작품들이 걸려있고, 피카소의 세탁선 안내판이 붙어있다.
스무 살의 피카소는 파리에서 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Ambroise Vollard)의 후원으로 첫 전시회를 열고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지만 정작 그림은 한 점도 팔지 못했다고 한다. 위대한 천재화가 피카소도 젊은 시절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집합소, 세탁선에서 자신의 그림을 땔감으로 쓰고, 너무 굶어서 눈이 멀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친구의 자살, 낯선 타국 생활, 가난... 그 모든 것이 피카소의 20대 초반, 청색시대에 반영되었을 테다. 이때 피카소는 청색의 그림을 그리고 옷도 청색 옷만 입었다. 청색은 모든 색을 다 담고 있는 색이라고 말하면서. 말년의 피카소는 스트라이프 티를 입었다. 한 가지 패션을 고집하는 전갈자리들이 많은데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에 신경 쓰기 싫어서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도 전갈자리 성향이 강하다.
피카소는 1만 3,500 여 점의 그림과 700 여점의 조각품 2천 점이 넘는 판화 등 3만 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그는 매일 그림을 그렸고, 하루 평균 7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92년의 지구별 여행 동안 너무도 많은 작품을 만들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를 즉흥적인 영감으로 그림을 그린 천재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작가들의 사진과 예술가와의 협업 프로젝트에서 그의 작업 모습은 마치 모차르트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비밀스러움을 추구하는 전갈자리의 피카소는 평소에는 작업실의 문을 잠그고 다녔으며 청소도 직접 했다고 한다. 피카소가 죽고 유품을 정리하면서 발견된 연습 스케치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가 보여준다. 피카소는 타고난 능력에 끊임없는 노력으로 위대한 천재 화가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바로 관찰과 애정에서 시작되고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으로 완성된다. 매일 108배를 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면서 생각한다. 내가 천재로 태어나지는 못했어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게는 되지 않을까?
지금의 힘든 시간은 내 영혼의 연금술의 시기로 생각하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더 깊고 넓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