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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글쓰기 99일째] 숫자는 힘이 세다

한글 숫자의 어원

‘수’의 개념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인간은 가축이나 곡식을 소유하면서

그것을 헤아리기 위해 수를 만들어냈을 것이라고 한다.


역시 숫자놀음이란 소유와 관계가 있구나.


그럼 숫자는 어떻게 표시했지?

원시시대에는 몸을 이용해 수를 세었는데 손가락 10개뿐만 아니라

오른손의 손가락 5개부터 손목, 팔꿈치, 어깨, 귀, 눈,

왼쪽 눈, 코, 입, 귀,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5개까지 22를 세었다고 한다.

꽤나 복잡했을 것이다.


잉카 민족은 정확한 기록을 위해 양털이나 솜으로 매듭을 지어 끈에 매달았고, 오늘날 우리가 쓰는 인도-아라비아 숫자는 막대기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수의 개념을 초등학교 수학에서 이렇게 가르친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 배웠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년에 작업하면서 접했던 중등 미술 교과서, 내용이 참 좋았는데

초등 수학 교과서도 한 권 구해서 읽어보고 싶다.


임환영의 <아리랑 역사와 한국어의 기원>이라는 책에 따르면

우리 언어의 조상은 르완다어인데

숫자는 생존에 중요한 사냥의 순서에 따른 것이다.


하나는 원시어 gu+hana로 떠나다(to leave), 준비하여 출발하는 것이다.


둘은 gu+tura로 짐을 놓다(to put down), 현장 캠프를 치고 그물과 덫을 놓는 것이다.


셋은 ku+sesa로 해체하다(to spread, disperse), 사냥감을 무리에서 분리시키는 것이고


넷은 ku+nesh로 승리하다(to triumph, comquer), 짐승을 죽여 사냥에 성공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4를 죽을 4라 하는구나.


다섯은 ku+dasesa로 분배하지 않다(to not spend, not disperse), 공동으로 작업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 손의 손가락이 5개인 것에 의미가 있을까?


여섯의 여는 kwi+yereka, 열병하다(to parade), 섯은 셋과 마찬가지로 gu+sesa, 배분하다의 뜻이니 여럿으로 나누는 것이다.


일곱의 일은 gu+kw+ira로 자격이 있다(to deserve), 곱은 ku+gobotora로 잡아채다(to pull, save)로 나눈 것을 가질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여덟의 여는 여섯의 여와 같은 것으로 여럿의 의미, 덜은 gu+tora 고르다(to choose, pick), 브는 ku+va로 오다(to come from)의 뜻이니 사냥을 나간 이들이 각자 나눈 것을 선택해 완료한다는 뜻이다.


아홉은 원시어 ngaho로 안녕(goodbye, farewell)에 여덟과 같은 브 ku+va가 붙어 작별을 의미한다.

아홉수라 해서 아홉에 결혼하면 이혼수가 있다는 말이 이제 이해가 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깊은 뜻을 담고 있었음을 새삼 알았다.


열은 원시 ku+nyura로 지나가다(to pass, go via, go through)이니 사냥을 마치고 돌아가는 최종 단계이다.


처음 들어본 이야기가 신기해 스마트폰 메모장에 저장해두었던 내용인데 출처를 찾느라 한참 헤맸다. 2015년 나온 책이 절판이 되었다 해서 이북을 구입했다. 이북은 처음이라 보기 불편하지만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어제 집에서 별거 아닌 일로 크게 다투고,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어 화를 겨우 누그러뜨리고

밤을 새워 원고 작업을 끝냈다.

아침 6시 머리가 핑 돌기 시작해

좀 자다 일어났지만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워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냈다.


이제 일어나 108배를 하면서 생각하니

역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스트레스, 화에 취약한 나는 화를 이겨내지 못하니

화병 나면 바로 죽을 것 같다.


천불을 끌어내리고 절을 하는데

99배에 이르러 생각한다. 아 오늘이 108배 글쓰기 99일째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온전함 100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고 진통이다.


죽을 4라, 아홉수 등의 이야기를 우습다 여겼는데

이토록 깊은 철학이 담겨 하나의 단어가 탄생한 거였구나.

옛말이 하나 그르지 않다!


오늘 108배 99일째라 그렇다 생각하고 넘기자.

예로부터 아홉은 불완전한 수라 하고 아홉수는 불길한 때라 하더니

그것이 둘이나 겹친 99일째의 나는 오늘 하루 삼가고 쉬며

내일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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