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별자리 심리상담
108배를 하면서 불쑥 며칠 전 상담한 친구의 말이 떠올라 마음이 쓰였다. 새벽에 카톡이 울렸다. 카톡을 보면 잠을 못 잘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그런 고민 따위 2-3초도 하지 않고 메시지를 보았다. 스페인에 사는 친구다. 며칠 전부터 친구의 상담을 부탁하더니 시간이 괜찮은가 묻는다. 메시지를 여는 순간 잠자는 것은 포기한 터라 10분 후 연결하자 했다.
30대 중반, 바르셀로나에서 관광가이드를 시작한 지 1년쯤 된 친구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하는데 코로나 19 사태가 벌어지면서 불안해지니 계속 스페인에 있어야 할 것인가, 한국에 돌아와야 할 것인가 물었다. 2시간 동안 전화로 상담을 하고 끊었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요즘 코로나 블루 때문인지 상담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친구들도 안부전화를 걸어서는 자신의 별자리와 현재 운세를 묻는다. 상담을 원하는 것은 이미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다. 병을 병이라 인식하고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듯, 인생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고민이 없다면 굳이 상담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래서 상담자들은 대개 어둡고 음습한 기운을 가득 내뿜는다. 아무리 밝고 해맑은 사자자리나 사수자리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자기 보호본능이 강한 게자리나 네가 나에 대해 뭘 아는데, 하는 전갈자리보다는 덜 힘들다. 상담을 하고 나면 때로는 그 여운이 길게 남아 힘들 때가 있다. 요즘은 다들 힘들고 우울하다 해서 상담을 하고 나면 진이 빠질 때도 있다.
바르셀로나의 친구는 태양 별자리가 염소자리에 달 별자리는 사수자리였다. 이렇게 바로 앞뒤 별자리가 함께 하는 차트는 갈등이 많다. 염소자리는 좀 고지식하고, 규칙을 준수한다. 자신이 정한 원대한 목표를 향해 시간을 쪼개 꾸준히 노력하는 깐깐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사수자리는 역마살을 타고난 이들이다. 소유보다 경험을 좋아해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이 행복하다. 철학과 여행의 별자리다. 영화 <스물>의 만화가의 꿈을 위해 재수를 하면서도 당장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알바를 하는 동우(준호 1990년 1월 25일 ☉ 물병자리 ☽ 염소자리)가 염소자리다. 죽기 전에 3천 명의 여자와 섹스를 하는 게 꿈인 치호(김우빈 1989년 7월 16일 ☉ 게자리 ☽ 사수자리)가 한 사람 안에 들어 있으니 얼마나 힘들 것인가.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자유로움을 꿈꾸면서도 자기 맡은 바 책임을 다 할 수 있다. 갈등을 일으키는가 조화를 이루는가는 모두 자기 할 탓이다. 내가 이럴 때 이런 점도 있지만 반대로 저럴 때 이런 점이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
갈등(葛藤)이란 칡과 등나무다.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니 둘이 얽히고설킨 모습에서 갈등이라는 말인 나온 것이다.
나의 첫 번째 책 <왕의 별자리>는 올해 출간할 예정인데, 아직 출판사와 협의하지 못했지만 부제를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로 잡았다. 농부가 농사를 지을 때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무시할 수 없고, 또 그 변화에만 맡기고 게을리하면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듯, 별자리와 개인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왕들의 별자리와 인생, 성격, 업적을 살펴보았다.
예를 들어, 사수자리 왕은 선조와 인조, 문종이 있다. 선조는 조선 최초의 방계, 서자 출신 왕으로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비상사태에 백성을 두고 도망쳤다. 반정으로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이 된 인조는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으로 도망쳤다가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다. 사수자리는 반인반마 켄타우로스인데 여행의 별자리답게 도망치기도 잘 친다. 사수자리가 싸울 때 모두 도망가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 중 재커리 테일러가 사수자리인데 1812년 영미전쟁과 인디언 토벌에 공을 세웠고, 25년을 인디언 전투 최전선에서 보낸 전형적인 무인 타입이다. 세종의 아들 문종은 8살 어린 나이에 세자 기간만 30년을 지냈는데, 세자 시절 측우기를 발명할 정도로 천문학과 산술에 뛰어났으며, 병법까지 능해 세조와 함께 조선군의 기준을 세웠다.
자신의 타고난 별자리를 알면 자신이 어떤 성격을 타고났으며 결정적 순간에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가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신의 장단점을 알면 보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된다.
바셀 친구는 2시간의 상담 끝에 자신이 왜 고민하고 있는가, 살아오면서 자신이 끊임없이 해오던 고민의 정체를 알았다고 했다. 힘들면 현실에서 도망치려던 성향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고민을 해왔던 것인데, 우선 삶의 목적, 어떻게 해야 자신이 행복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그다음 거취를 정하기로 했다.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베크만
코로나 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경제 정치 사회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그에 따른 코로나 우울도 심각한 상태다. 그러나 지금 지구는 코로나 19를 통해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무분별한 개발과 삼림의 파괴, 오염, 지구 온난화... 이 모든 것들이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만들어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은 것이지만 그때라도 고치지 않으면 영영 되돌릴 기회를 놓친다.
인생의 고비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면 때로 보다 나은 결과로 돌아오기도 한다.
내가 108배를 시작한 것은 코로나 이전이지만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벌써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집콕의 시간, 나를 돌아볼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