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8배 글쓰기 97일째] New Normal

교통사고 유감, 이명과 불면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났다. 며칠 마음이 어지러워 일에 집중하면서도 힘들었고 108배도 하지 않았다. 어제까지 넘기기로 한 원고를 넘기지 못했다. 글을 써놓고 나니 부족한 부분이 보였고 다음에 한 번 더 수정을 하기로 한 원고지만 지금 부족한 채로 넘기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전화를 해 마감을 며칠 미루기로 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그냥 기분이 좋았다. 마감도 어겨놓고 왜 기분이 좋을까,

108배를 하면서 생각했다.


첫 번째 잠을 푹 잤다. 며칠 전 파리의 이관영 회장님과 전화 통화를 했다. 새벽에 울리는 나의 브런치 알림을 읽는 게 재미있다며 톡을 보내오셨고 오래간만에 긴 통화를 했다. 그러다 불면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회장님이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여행”을 추천해 주었다. 그동안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과 “공유의 베드타임 스토리”를 틀어놓고 잤었는데,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여행”을 만나니 또 새롭다. 이틀 동안 잠을 푹 자서 기분이 좋다. 잠을 푹 자는 것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두 번째, 마감을 며칠 미루었지만 부족한 글을 보내는 것보다 그래도 제대로 고쳐 써서 보내기로 한 것이 마음이 편하다. 며칠 계속 고민하던 부분이 어제 마감에 임박해서야 풀리기 시작했다. 오늘 전화 인터뷰로 내용 보완하면 지금보다 훨씬 글이 좋아질 것 같다. 아무리 일로 쓰는 글이어도 글을 쓰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내 이름으로 나갈 글이 아니라 대필이어도, 돈을 받고 쓰는 글이어도 어쨌든 내가 알고 있는 내 글, 내 새끼다.


세 번째, 교통사고 소송 때문에 며칠 전 변호사와 통화했다.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소송을 위해 쓴 비용– 변호사 수임료, 신체감정비, 각종 서류 접수비 등-을 제대로 못 받을 수도 있단다. 도대체 나는 왜 소송을 해서 시간과 비용과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감내해야 했을까, 화가 났다. 오늘 108배를 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화내지 말자.


교통사고 때문에 힘들었다. 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았다. 디스크와 이명, 불면으로 2년 넘게 이렇게 힘들 줄 생각도 못했다. 소송이고 뭐고 다 귀찮고 그냥 교통사고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이미 일어난 일을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프리랜서라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것에 대해서도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내가 프리랜서가 아닌 직장인이 될 수도 없지 않은가? 이명으로 밤마다 잠 못 들고 괴로운데, 그게 벌써 2년이 넘었는데... 청력 저하가 없는 이명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므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법에서 말하는 객관적 증명과 피해는 무엇일까? 생각할수록 서럽고 화나지만 법이 그렇다고 우기는데, 변호사가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을 못 찾겠다는데 계속 화내고 스트레스받을수록 내가 더 힘들다. 그러니 이제 여기까지 하고 놓아버리자.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흔들렸다고 그게 바람 탓일까, 나뭇가지 탓일까? 그냥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게 자연스럽다. 운전하면서 아무리 조심해도,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사고는 날 수 있다. 그것 때문에 내 일상이 완전히 흔들렸지만, 그것을 탓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2년 반이다. 이제 바뀐 일상을 내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108배를 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과 수면에 더 신경을 쓰고, 그래서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방법을 찾자. 지나간 일, 돌이킬 수 없는 일에 화내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


언제는 뭐 내가 노말(mormal)한 인생이었나.

새로운 노말,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춰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찾자!


오늘 햇살이 참 좋구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