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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글쓰기 103일째] 나는 행복한가

빨강머리 앤과 사자자리

상상하는 일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 루시모드 몽고메리, <빨강머리 앤> 중에서


요즘 108배를 하면서는 나는 내게 묻는다. 나는 행복한가? 언제 행복한가? 어떻게 해야 나는 행복한가?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아이들이 수장되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그때 나는 vip 행사 원고를 쓰고 있었다. 행사는 취소되었고, 회사는 망했다. 나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아 생활이 엉망이 되었다. 그래도 할 말이 없었다. 매일 눈물만 흘렸다. 코로나에 비하면 메르스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고? 연이은 악재에 이벤트와 행사는 모두 취소되거나 규모가 줄었다. 함께 일하던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문 닫고 외국으로 지방으로 가버렸다. 2017년에는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작년에는 결혼을 하려다 파혼했다. 이후 자가 격리하듯 집에 콕 처박혀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코로나 19 사태가 벌어졌다. 나의 집콕 생활은 벌써 5개월째다.


계속되는 삶의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던 나는 요즘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쨌든 무슨 일이든 계속 벌어지고 있고 그런 와중에도 인간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스스로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라면 포기하고 차선책을 받아들여야 한다. 삶에 있어서 차선책이나 최우선이니 아무리 계획해도 계획대로 되는 일은 30%도 안 되는 것 같다.


까뮈의 <페스트>에서 목을 매달고 자살하려다가 페스트 사태 이후 오히려 “어쨌든 단 한 가지 확실한 일은 우리들이 페스트를 맞은 날부터 나는 여기가 더 좋아졌습니다.”라고 했던 코타르만큼은 아니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오늘, 빨강머리 앤을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입양이 되었다가 파양이 되고, 마침내 “하얀 환희의 길”과 “반짝이는 호수”를 지나 “초록 지붕 집”에서 살게 될 행복한 꿈을 꾸다가 그게 좌절되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아침이든 다 재미있어요.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상상할 것이 아주 많잖아요.” 말할 수 있는 앤, 모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그녀는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하다.


루시모드 몽고메리는 1874년 11월 30일 생으로 태양별자리가 사수자리에 달별자리는 사자자리다. 그녀는 전 세계에 약 1-2%밖에 안 되며 언젠가는 사라질 열성 유전자의 돌연변이 “빨강머리”의 앤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최근 넷플릭스로 빨강머리를 다시 본다. 어린 시절 만화로 보던 앤은 요즘 드라마로, 에세이로 초판본의 재 발간 등을 통해 꾸준히 재확산되고 있다. 몇 년 전에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라는 에세이도 100만 권이 넘게 팔렸다고 한다.


태양의 지배를 받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사자자리는 우리에게 “행복”을 묻는다. 어떻게 해야 행복을 느끼는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오늘은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것만으로 벌써 내 안에 행복이 차오른다. 내가 상상하고 꿈꾸는 대로 이루어질 테니 행복하고 좋은 것만 생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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