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가장 좋은 다이어트
인간에게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높일 능력이 분명히 있다는 것보다
더 용기를 주는 사실은 없다.
I know of no more encouraging fact than the unquestioned ability
of a man to elevate his life by conscious endeavor.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오늘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일어나 108배를 했다. 하는 동안 좋은 생각이 많이 떠올랐고, 기분은 최고다. 오늘은 108배 글쓰기 108일 후 변화를 정리해본다.
1. 로드샵에 들어가 당당히 옷을 입어보았다.
나는 키가 167에 몸무게는 현재 59킬로그램 정도다. 처음 108배를 시작할 때는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갱신해 63킬로그램이 넘었었다. 여자 친구들도 내 몸무게를 들으면 깜짝 놀란다. 눈에 보이는 팔다리가 마른 편이고 거의 중부지방, 뱃살에 집중이 되어 있어 옷을 잘 입으면 살이 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뱃살이 심각해 입을 수 없는 옷들을 상당히 많이 버렸다. 40대가 되고 로드샵에 가서 옷을 입어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 며칠 전 가로수길에 나갔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 입어보았다. 프리사이즈라 했으나 55 정도에 맞춰 나오는 옷들, 살짝 걱정했으나 딱 보기 좋게 맞았다. 108배는 확실히 뱃살, 허리 사이즈 줄이기에 효과가 크다.
2. 몸무게보다 사이즈가 중요하다.
처음엔 몸무게에 집중해 거의 매일 체중을 쟀다. 최근에는 거의 재지 않는다. 눈으로 거울을 보며 내 몸을 체크해 본다. 108배 중반 이후 몸무게의 변화는 거의 없으나 사이즈가 점점 달라지는 게 보인다. 이제 허리 사이즈에 집중하기로 한다.
3. 자세가 바르게 되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목과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다 보니 더 신경이 쓰인다. 108배를 하며 내 나름의 방법을 연구했다. 팔을 크게 뒤로 휘두르며 스트레칭하고 필라테스 쌤의 말을 기억하며 허리를 곧게 폈다. 거의 뒤로 눕듯이 해야 똑바른 자세가 나온다. 그다음 척추뼈 하나씩 구부리듯 허리를 숙이고 올라올 때도 천천히 마찬가지. 이제 책상 앞에 앉을 때도 평상시에도 구부정했던 내가 허리를 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4. 얼굴 부기가 빠졌다.
항상 부어 보인다는 걱정을 한의사도 친구들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부기가 빠졌다. 전날 회식을 하거나 밤늦게 뭔가 먹어 아침에 좀 부었을 때도 얼음 숟가락보다 확실한 108배로 부기를 금방 뺄 수 있다.
5. 혈액순환이 좋아졌다.
확실히 혈액순환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 좌식 식당에 가서도 한참 동안 다리가 저리지 않다. 예전에는 잠깐만 앉아있어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친구랑 간다면 아예 피하거나 처음부터 다를 펴고 앉았으나 이제 앉아서 먹을 만하다. 왜 맛있는 오래된 집들은 좌식일까 했는데 이제 맘 놓고 갈 수 있다.
6. 실행의 중요성을 배웠다
처음 도전하면서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작심 3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고, 무릎도 걱정되었다. 시작은 시작이지 반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면 천천히 바뀐다는 것을 알았고 무릎에 대해서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 글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108배를 했다. 나 같은 공기 별자리(쌍둥이자리, 천칭자리, 물병자리)는 다이어트를 할 때 소문을 내는 것이 좋다.
7. 목표가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단기 목표가 중요하다. 내 경우 처음엔 온라인 글쓰기, 그다음엔 예전에 사놓고 입지 못하던 원피스를 걸어놓았었는데 그걸 입게 되자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8.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한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무릎을 굽혀 나를 낮추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뭐라고 108배씩이나 하나 했는데, 몸을 낮추고 숫자에 집중하다 보니 마음이 낮아지고 편안해졌다. 울컥해 울기도 했지만 그렇게 내 안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하루 40분, 오로지 내 자신에 집중하고 내 몸을 위하는 것이 내 마음도 위하는 것이다. 사람이 한 맺혀 울 때 가슴을 치는 이유를 알겠고, 정안수를 떠놓고 비는 아낙네의 마음도 알겠다.
9. 성공도 연습이다.
성취감이 크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했는데 108배 108일 글도 썼는데 무엇이든 못할까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요즘 사람들의 인사가 거의 “어떻게 매일 108배를 하고 글로 써요, 나는 못해요”이다. 무릎만 괜찮다면 한 번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다이어트도 글쓰기도 목표를 정해 그만큼 해 냈다는 성취감이 진정한 자신감을 갖게 한다. 작은 성공, 작은 성취감의 연습이 더 큰 성공을 가져올 것을 깨닫는다.
10. 루틴은 계속되어야 한다!
40대의 다이어트는 생활 습관을 고치지 않고 안 된다. 자기에게 맞는 루틴을 갖는 것, 그 루틴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되살리는 것. 몸무게 감량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서 나는 108배를 선택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108배 원 모어 타임”이라는 댓글을 보고 팔짝 뛰었다. 어떻게 또 하나 싶었는데 나는 앞으로 무릎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한 계속 108배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다이어트를 했냐며 라인이 예뻐졌다고 칭찬을 한다. 그래서 108배를 해보라고 하면 무릎 걱정을 한다. 절을 하고 일어날 때 발바닥을 90도로 꺾은 채 발목에 살짝 반동을 주어 일어나면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해야 한다. 절에서는 108배하는데 15분이 걸린단다. 나는 40분 정도 걸린다. 무리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살피면서 내게 맞는 방식으로 천천히 한다면 108배는 40대에게 가장 좋은 운동이다. 몸과 마음을 위해, 나 자신에 집중하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데 최고다.
108배 108일 성공 자축 세리모니는 나홀로 창덕궁 후원 산책이다.
관람정에 앉아 밤나무의 반영을 보며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며 와인 한 잔 즐기려 한다!
(창덕궁 후원은 현재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해설사 없이 자유관람이 가능하다. 지난 주에 친구 덕분에 알았다. 다음 주부터 50명에서 30명으로 관람인원을 줄여 다시 해설이 시작된다. 그 전에 한 번 더 나홀로 후원을 즐기고 오려 한다. 사진은 지난 주에 찍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