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1일) 일단 시작하라

108배 108일 시즌2

108배 시즌 2를 시작한다. 108배를 108일 하는 시즌 1은 1월 13일에 시작해 5월 27일까지 136일, 약 4개월 넘게 걸렸다. 며칠 쉬고 다음 주쯤에 다시 시작하려 했는데 오늘 아침 눈을 뜨니 그냥 또 일단 시작하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2는 지난 일기에 덧붙여 새로운 일기를 쓰기로 한다. 그때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돌아보기 위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또는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이라면

무조건 일단 시작하라.

행동은 그 자체에 마법과 은총,

그리고 힘을 지니고 있다.”

- 괴테


괴테의 말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그냥 일어나 눈을 뜨니 108배를 며칠 쉬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는 바로 시작했다. 이제 자세는 자리를 잡았다. 사실은 시즌1을 마친 기념으로 클라우드 요가매트를 내게 선물하려 했었다. 그래서 스타트를 다음 주로 잡은 것이었다. 하지만 몸이 원하니 하던 대로 요가매트에 낡은 수면바지를 깔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걱정해서 스님방석을 구매하려 했더니 라임색의 예쁜 요가매트가 5월에 신상으로 출시됐다. 내가 시즌 1을 마치고 시즌 2를 시작하기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108배를 시작하게 한 뾰루지는 강력한 한 개가 남았다. 피부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으나 아직 뿌리가 뽑히지 않아 조만간 대학병원에 가야 할 판이다. 뾰루지 하나 때문에 무슨 대학병원인가? 그러나 동네 피부과 의사도 계속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취도 되지 않고 엄청 아파서 짜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일주일의 치료로 가라앉았으나 다시 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겨울이 지나 놀러 다니기 좋은 봄이 왔으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였다. 부모님과 함께 살며 프리랜서로 글을 쓰는 나로서는 자발적 자가격리를 했다. 필수적인 외출을 제외하고는 거의 집콕을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108배와 모닝 루틴을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 필수적 외출, 그리고 하루는 산에 – 화산회(화요일엔 산에 간다) 재개! - 가는 것으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외출하며 지내려 한다.


허리는 2인치 정도 줄었고, 몸무게는 4킬로그램 줄었다. 다이어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식습관이다. 신선하고 맛있는 모둠 채소와 케일을 정기배송시키기로 했다. 닭가슴살도 준비했다. 앞으로도 계속 현재의 바지 치수를 유지하고 싶다. 20대에는 청바지 허리가 26인치였는데 30대에 27인치로 늘었다. 그러나 40대에 28인치로 늘리고 싶지 않다. 계속 27인치 M사이즈를 유지해야지. 간헐적 단식을 계속하면서 저녁은 모임이나 약속이 없는 날이면 닭가슴살 샐러드로 대체하려 한다. 어제 먹어보니 아주 좋다. 샐러드 드레싱은 올리브 오일에 소금과 후추로 충분하다. 여기에 견과류 정도 추가하려 한다.

신선한 채소에 닭가슴살 샐러드 그리고 케일 바나나 주스

이명과 불면증 그리고 두통은 아직 고치지 못했다. 그래도 앞으로 계속 노력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병을 의식하고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게 치료 1단계라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2단계쯤 될까?


108배 시즌 2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마음 때문이다. 마흔 중반, 몸뿐 아니라 마음의 다이어트도 필요하다. 기초 대사량이 줄어들고 호르몬 분비가 바뀌는 등 몸이 바뀌는 것과 함께 주변 사람들이 바뀌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생각-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바로 지금, 여기,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다. 하루 40분의 108배를 포함해 두 시간을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으로, 몸과 마음의 다이어트를 위해 쓰고 싶다.


그리고 오늘 눈에 띈 기사.


#내밀하고 생생한 이야기 #솔직한 기록 #고통의 시간 #셀프-헬프 #스스로 돌봄 #치유의 글쓰기 #유명한 사람은 아니다 #공감을 통한 독자의 치유.

최근 출판 흐름 중 하나를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전지적 문화 시점>'아주 보통의' 글쓰기.. 치유와 공감을 낳다

https://news.v.daum.net/v/20191125113116639?fbclid=IwAR1m9rKqTr2IqBrEN29mBA8vT1R6_jfRrEoBI6hkB4g-C5kjwcnWncMQU5o


글쓰기가 직업인 내가 또 글로 휴식을 취하는 이유는 글에 치유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108배 108일에 한 번 더 도전!





2020년 1월 13일


나는 불교 신자가 아니다. 카톨릭이고 세례명은 클라라다. 그러나 난 절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교 학술 답사 때, 깊은 산 고요한 산사에 앉아 있으면 맑은 바람이 불어오고 기분이 좋아졌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는 죄다 절이구나.”


요즘도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절에 가 본다. 풍수를 따져서 일까? 대부분의 절은 산 좋고 풍경 좋은 곳에 있다. 그리고 어느 때부턴가 대웅전이나 산신각에 들어가 절을 한다. 성당에 가면 성호경을 긋고 기도하듯 절에 가면 절을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다.


옥천 용암사의 산신각은 깊은 산속 펜션 같다. 테라스까지 완벽하다.


이 모든 시작은 뾰루지였다. 얼마 전 얼굴에 커다란 뾰루지가 났다.


- 어디 가서 맞았니?

다시 사춘기야?

운동 부족이라니까...

피부과 좀 가!


수없이 많은 말을 들을 정도로 뾰루지는 컸다. 그것도 4개씩이나. 나도 고등학생 사춘기 이후 이렇게 커다랗고 많은 뾰루지는 처음이라 병원도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러다 누가 108배를 권했다. 나이 들고 기초대사량은 떨어지고 운동이 필요한데, 귀차니즘에 겨울 추위를 싫어하는 내가 동네산책도 줄넘기도 실패하니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108배를 하라는 것이었다.


“108배 108일에 허리가 4인치 줄었어!”


속는 셈치고 한 번 해볼까?

그러나 내가 할 수 있을까?


사실 108배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헬스, 조깅, 요가, 필라테스, 줄넘기, 라켓볼, 등산.... 시도는 다 해 봤다!) 그러나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하루에 10배로 시작해 조금씩 늘려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108배에 도달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 모니터에 붙여둔 괴테의 말이 보였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또는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이라면

무조건 일단 시작하라.

행동은 그 자체에 마법과 은총,

그리고 힘을 지니고 있다.”

- 괴테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요가매트, 폼롤러, 등산스틱과 배낭, 라켓 등등 기본으로 다 갖고 있다!)


하나, 둘, 셋.... 금세 호흡이 거칠어지고 무릎이 아팠다. 스님들 방석이 두꺼운 이유를 알겠다. 커다란 수건을 접어 무릎 아래 깔았다. 30개가 넘자 발등이 아팠고 50개를 넘으니 첫날이니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했다. 70개를 넘기고 땀이 송글송글 맺히자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첫날 108배를 다했다. 37분이 걸렸다.


108배를 다하고 나니 묘한 성취감과 함께 눈이 밝아졌다. 머리도 맑아졌다. 교통사고 이후, 디스크와 이명, 두통, 불면증으로 2년 넘게 약을 달고 살았다. 이토록 머리가 맑아진 게 얼마만일까?


108배 108일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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