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2일) 천천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미움 받을 용기, 미워할 권리 (feat.염소자리 송시열)

자가 격리를 시작한 지 5개월이다. 코로나 19 사태 이전부터다. 작년에 결혼을 하려다 파혼을 했다. 파혼을 하고 알았다. 아, 정말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을 비정상으로 보는구나. 결혼을 한다 하니 사람들은 정말 기뻐하며 축하를 했다. 파혼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물론 그들이 악의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도 진작부터 마흔 넘어 결혼을 못한 것은 내 성격 탓이라고 말하긴 했다. 가볍게 받아치지 못하고 상처받는 게 싫어서 집에 콕 처박혀 지냈다. 그래서 108배를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내 마음을 나도 어쩌지 못해서.


그래도 참 미운 사람들이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듯, 나도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 미움 받을 용기만큼 미워할 권리도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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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열은 사대주의의 명분을 내세워 효종의 북벌론에 찬성하면서 서인 영수로서 자신의 특권을 챙기고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 후학양성에 힘썼다. 사진:송시열 초상화와 화양계곡 암서재


별자리를 공부하면서, 별자리란 나와 너가 다르고,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원수의 마음도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알려주는 성격 유형의 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별자리를 미워하게 될 때가 있다. 처음 시작은 사수자리였다. 4대강 사업을 욕하면서 사수자리답게 스케일 큰 토목공사를 일으킨다고, 미워했다. 사수자리가 밉기 시작하니까 그들이 미안하다 소리 절대 못하고 도망치는 것도,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목성의 행운으로 가볍게 넘어서는 것도 미웠다. 스토커 때문에 전화번호 바꿔야 했을 때는 전갈자리를 미워했다.


<왕의 별자리>를 쓰면서 가장 미워한 별자리는 염소자리다. 조선을 유교의 나라로 만든 송시열이 염소자리다. 송시열은 1607년 12월 30일생으로 태양별자리(Sun,☉)는 염소자리()고 달별자리(Moon,☽)가 쌍둥이자리()다. 염소자리는 꿈과 이상보다 현실이 먼저인 실리주의자로 명예를 중시한다. 상하 수직관계를 중시한다. ‘우리나라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백성의 머리털 하나까지도 황제의 은혜를 입은 것’이라는, 사대주의가 송시열의 염소자리 성격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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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자리의 기호(()는 무릎의 슬개골을 형상화한 것인데, 무릎은 자신의 의지로 몸을 낮추는 데 사용된다. 조직을 중시하는 염소자리는 자신보다 윗사람이라 생각하면 확실하게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춘다. 반대로 아랫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한 복종을 원한다. 다툼이 생기면 경쟁자도 장애물로 여겨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남는다. “독가스로 그 타락한 히브리 민족을 1만 2천명 내지 1만 5천명 정도만 죽일 수 있다면, 전선에서 수백만 명이 희생된다고 해도 헛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던 히틀러의 달별자리가 염소자리다.

*아돌프 히틀러 Adolf Hitler 1889년 4월 20일 태양별자리(Sun,) 황소자리() 달별자리(Moon,☽) 염소자리()


효종의 스승이었던 송시열은 효종이 국시로 내세운 북벌에 대하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 효를 다해야 한다는 도덕적 명분을 세워주면서, 서인의 영수로 입지를 확실하게 다져, 염소자리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특권을 얻었다.


송시열은 효종이 죽고 현종이 즉위한, 1659년 예송논쟁을 일으켰다. 송시열은 효종이 인조의 차자이므로 자의대비가 1년 동안 상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종 즉위 초부터 소현세자의 죽음이 억울하다며 복원시켜야 한다는 것이 서인의 당론이었고, 이는 효종과 현종의 왕위를 대놓고 부정하는 것이며, 이때 소현세자의 아들 석견이 살아있으므로 이는 자칫 역모로 비화될 수 있는 무서운 말이었다.


남인 허목이 효종은 왕위를 계승하였기에 3년복이 맞다고 상소를 올려 송시열과 대립했다. 허목도 염소자리()에 황소자리()다. 확고한 의지에 인내심까지 겸비한 염소자리들의 싸움인 예송논쟁은 그 후로 오랫동안 치열했다.


예송(禮訟)은 효종과 효종비 인선왕후에 대한 자의대비의 복상기간을 두고 서인과 남인이 대립한 논쟁이다. 상복을 얼마나 입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 문제인가 싶지만 유학은 예(禮)를 기반으로 하고, 임진왜란 이후 양반들은 약해진 권한을 회복하기 위해 성리학에 더욱 매달리던 상황이었다.


더욱이 현종 때는 경신대기근이 있던 때다. 기상이변으로 임진왜란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었던 때에 국익과 민생보다는 체면과 명분을 우선시하는 유학자 관료들의 행태는 다 염소자리 송시열에서 비롯된 것 같아 염소자리가 밉다. 송시열과 허목 뿐 아니라 이황, 이이, 정철 등 조선시대 이름난 유학자 중에는 염소자리가 많다. 이들은 생존력도 뛰어나 100살 넘게 오래 산다. 송시열과 허목도 80 넘게 살았다. 이들은 여러 왕을 모시며 왕 위에 군림한 신하들이다.


참고 : 108배 글쓰기 71일째] 108배와 정치의 상관관계

https://brunch.co.kr/@bluetwilight/121


명예와 특권을 중시하고, 상하 수직을 중시하는 염소자리는 조직에 잘 맞으니 공무원, 국회, 학교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하긴 민생보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정치놀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인생후르츠.jpg 영화 <인생 후르츠>, 할아버지의 그림도 글도 참 예쁘고 귀엽다! 염소자리를 미워하지 않게 도와줬다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 후르츠>의 츠바타 슈이치와 츠바타 히데코를 만나고 염소자리를 미워할 수 없게 되었다.


슈이치 씨는 젊은 시절, 아이치현 고조지 주택공사에서 뉴타운 설계에 참여했다. 산의 자연 지형을 보존하며 공동주택을 짓고자 했던 그의 계획은 경제성과 효율이라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밀려 무산되었다. 산과 계곡을 밀고 자리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슈이치 씨는 “집마다 작게라도 숲을 만들면 모두가 커다란 숲 속에서 살 수 있게 된다”는 철학에 따라 15평 작은 집을 짓고 과일 50종과 채소 70종을 키우며 살아간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의 철학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결국 죽기 전에 자신이 꿈꾸던 자연과 공존하는 이상적인 건축의 꿈을 이룬다.


오랜 세월 천천히, 꾸준히 노력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염소자리 슈이치 씨를 생각하면서 "한발 한발 천천히" 나의 속도에 맞추어 108배를 해왔다. 앞으로도 언젠가(죽기 전에는) 꿈을 이룰 것이다 생각하면서 계속 해야지.


*염소자리 친구는 내가 인생 숙제를 끝내지 못한 것 같아서

처녀자리 친구는 실질적 도움이 될 배우자가 없는 게 걱정되어서

황소자리 친구는 영원히 내 것인 믿음직한 배우자와 함께 평화로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게 아쉬워서...


세상 모든 이들이 악의가 아니라 그들 나름의 선의로 나의 비혼 상태를 미혼이라 부르며 걱정하는 것이니, 이제 가볍게 받아 넘기자!



2020년 1월 14일


108배 하루 만에 허벅지가 뻐근하고 종아리에 알이 배겼다. 앉았다 일어서는 것도 힘들다. 운동을 얼마나 안 하고 살았던 것일까? 그동안 쓰지 않던 근육이 놀라서 아우성이라 오늘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72배를 했다. 108번을 억지로 해서 탈이 나는 것보다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90세 건축가 할아버지 ‘츠바타 슈이치’와 87세 못 하는 게 없는 슈퍼 할머니 ‘츠바타 히데코’의 영화 <인생 후르츠>를 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고쓰 고쓰 유꾸리 (한발 한발 천천히)”

- 영화 <인생 후르츠>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그렇게 꾸준히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가는 것. 한동안 송시열 때문에 염소자리를 미워하다 발견한 멋진 염소자리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들에게 배우자. 마침 오늘은 염소자리 달 처녀자리 날!

인생후르츠2.jpg 할머니는 빵 할아버지는 밥, 각자의 취향에 맞게 따로 또 같이 사는 거다.

한발 한발 천천히 나의 속도에 맞추어 108배를 하자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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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자리 기호는 무릎의 슬개골을 형상화했다.


*염소자리의 기호는 무릎의 슬개골을 형상화한 것이다. 무릎은 자신의 의지로 몸을 낮추는 데 사용된다. 상하 관계와 조직을 중시하는 염소자리는 자신보다 윗사람이라 생각하면 확실하게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춘다.


절은 자신의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춤으로써 상대와 자신의 상하관계를 분명히 하는 예법인데 나의 108배는 몸을 낮추고 내 안의 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니 나 자신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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