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3일)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슬기로운 방법

댓글과 응원을 먹고 사는 천칭자리의 108배

누군가의 무심한 말이 가슴에 박혀 빠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20대의 끄트머리, 당시 한창 유행하던 살사를 배웠었다. 살사바에 처음 갔던 날, 동호회 사람들은 환호했다. 키가 크고(167센티미터가 우리 나이대에는 큰 편이다!) 팔다리가 긴 편이라, 운동 좀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단다. 그러나 그들은 20분도 채 되지 않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밖에 안 해본 나는 타고난 몸치에 박치다. 게다가 1분에 400번 이상 발을 놀려야 한다는 살사는 숨쉬기도 힘들었다. 춤보다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재미로 몇 달 다니다가 방송일이 바쁘다고 말았다. 가끔 시간이 나면 살사바에 한 번씩 가서 사람들과 술만 마셨다.


그때,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고 기본 스텝과 음악을 듣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던 언니가 한 번은 내게 물었다.


“넌 한 번이라도 끝까지 해본 적 있어?”


그 날 이후, 이 말이 뜨거운 화두처럼 내 가슴에 박혔다.


열두 별자리 중에서 양자리와 천칭자리는 특히 작심3일을 조심해야 한다. 미운 일곱 살 같은 양자리는 속전속결을 좋아해 진득하니 무언가를 오래 하기 힘들다. 그들은 화르륵~ 끓었다 금방 식는 양은냄비 같다. 우아 떠는 천칭자리는 뭐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준비하다 지친다. 선택 장애, 결정 불능으로 식당에 가서도 메뉴판 공부하고 뷔페에 가면 패닉에 빠지는데 운동은 더 하다. 두 별자리 모두 시작하는 에너지는 강해서 시작은 잘하니 작심삼일의 늪에 빠지기 쉽다.


태양과 달 모두 천칭자리인 내가 108배를 108일 동안 하고 그것을 브런치에 글로 남겼다. 게다가 시즌 2를 시작했다. 사실 브런치 일기는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 위한 방편이었다. 관계지향의 천칭자리는 타인을 의식하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SNS에 올리면 그에 대한 반응에 민감하게 신경 쓴다. 누구나 그렇지만 특히 더 그런 경향이 강하다.


양자리는 짧은 단기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요즘 작심삼일 통장도 출시되고, 작심삼일 열 번이면 외국어도 마스터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딱 양자리에 맞춤한 마케팅이다.


처음 108배에 도전하면서, “일단 시작”해서 108배에 대한 글을 쓰며 사람들의 “댓글과 응원”이 없었다면 시즌 1도 제대로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친구가 댓글에 남긴 대로 “108배를 108일 하는 것도 어려운데, 108배 글쓰기를 해내다니~~! 세상 못할 게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108배가 루틴으로 몸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 계속 글을 써야겠다!


108배 시즌1_2020년 1월 15일


어떤 것이 이상적인 글쓰기인가?

무엇에 대해 써야 할까?

당신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지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하라.

그런 다음 그 속으로 파고들어라.

당신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그리고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멍해지는 순간이 오면 필사를 한다. 요즘은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베껴 쓰고 있다. 이 단락을 쓰면서 생각했다. 108배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하기 잘했다고.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의지박약에 귀차니즘인 내가 108배를 계속하기 위한 일종의 배수진 같은 거다. 108배를 하고 안 하고는 순전히 나와의 약속이다. 그러나 그것을 나만 아는 것과 이렇게 브런치에 올리는 것은 다르다. 누군가는 보고 있고 내가 매일 본다. 내게 부끄럽지 않기 위한 것이다.


나는 관계지향의 천칭자리라 브런치나 SNS에 무엇을 쓰면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티스트 웨이를 따라 모닝페이지를 쓰는 것도 SNS에 올린 이후 아침 루틴이 되었다. 무엇보다 108배 절을 하면서 저절로 떠올랐다. 브런치에 108배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하는 것, 글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네댓 개 이상의 소재까지...


작가는 쓰는 사람이고,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처럼 바로 앞에 있는 것, 지금 내게 가장 큰 관심거리로 글을 쓰는 것이 옳다.

사진을 찍으려면 일단 나가야 한다. 특히 날이 궂은 날 비가 오고 갠 후 태양과 지구는 특별한 풍경을 선물한다.

매일 108배를 하고 글을 쓴다. 오늘로 3일이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쓰자. 내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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