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 : 이명
일주일에 한 번 화요일에 산에 간다. 화산회에 참가한 지 6년째다. 매주 가지는 못한다. 그래도 언제나 가는 사람들이 있어 내가 시간을 내면 갈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일이 바빠서 못 갈 때도 있었고, 교통사고 당하고 한참 못 다녔고, 또 한 동안은 남자 만난다고 못 가기도 했다. 요즘 다시 재개했다. 여전히 함께 하는 사람들.
교통사고 이후 한동안 못 가다 사람들이 둘레길 산책 정도라고 해서 갔었다. 그런데 오전 10시에 시작한 산행을 오후 2시도 못 되어 중도 하산. 내게 무리였다.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못 갔는데, 여름이 되니 사람들이 다시 부른다. 등산이 아니라 계곡에 가서 물놀이를 하자고. 콧바람은 좀 쏘이고 살아야 한다고.
계곡에 가서 물놀이하고 낮잠 자는 게 참 좋았다. 이명과 불면으로 괴로웠던 나는 계곡 낮잠 한 시간이면 일주일을 버틸 힘이 생겼다. 화산회 멤버들도 이를 참 좋아한다. 이제 여름이면 계곡을 가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여행이나 등산으로 좋은 계곡을 발견하면 화산회와 함께 가기도 한다. 우리에게 좋은 계곡이란 물소리가 시원하고 적당한 그늘이 있으며 풍경이 좋고 사람이 별로 오지 않는 곳이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잘 모이지 못하다가 얼마 전부터 소수 정예로 계곡 놀이를 시작했다.
이비인후과 의사도 이명 치료의 일환으로 물소리를 추천한다. 낮에 일할 때, 자기 전에 음악이나 물소리 같은 ASMR을 틀어놓으라고 한다.
시원한 물소리,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 그런 것을 듣고 누워 있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든다. 간간히 깨기도 하지만 그 소리들을 들으며 누워있기만 해도 그 자체가 힐링이다. 이번 주는 일정이 바뀌어 금요일에 다녀왔다. 처음 가는 산이라 길을 잘못 들어 산행만 하고 계곡 낮잠을 자지 못했다. 하산길에 계곡을 보니 우리가 딱 좋아하는 놀이터가 주차장에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딱 좋은 곳이다. 다음에 다시 갈 때는 계곡만 다녀와야지. 기계를 통하지 않은 ASMR, 진짜 물소리가 시원하다.
교통사고 이후 생긴 이명은 2년 넘은 지금까지 날 괴롭힌다. 이제는 친구 삼아야 하나 싶지만 너무 고약하다. 며칠 두통과 이명과 불면으로 괴롭다. 어제 계곡 낮잠을 자지 못한 것이 더 아쉽다. 다음 주에는 기필코 계곡 낮잠을 잘 수 있는 곳에 가서 종일 자고 와야지!
매일 108배로 하루를 시작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가고...
이런 루틴들이 일상을 채워간다. 평화롭다.
108배 시즌 1 _6일 차 _ 2020년 1월 18일
https://brunch.co.kr/@bluetwilight/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