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다이어트가 필요해
108배를 하면서 머리를 가볍게 "생각 다이어트" 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108배를 하면서 생각을 생각했다.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생각이 지금 몇 개나 될까? 하루의 일정을 생각하고 이번 주와 다음 주의 약속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그것들을 효율적으로 빠르게 처리하고 놀까를 생각한다.
일이 줄어든 만큼 생각은 더 많아진다. 한동안 잡지 않던 약속도 다이어리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오늘이 화요일인데 오늘 병원부터 시작해 이번 주 일요일까지 시간이 정해진 약속이 10개다. 하루에 두 개 이상의 약속을 잡지 않고,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의 외출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프리랜서가 그렇다. 일이 많으면 많아서 걱정, 없으면 없어서 걱정이다.
지구에서 품위를 지키고 살자면 돈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을 할 때 필요한 에너지 같은 것이다. 살기 위해 노동력과 시간을 팔아서 재화를 마련하고 그것을 기본적인 생존 – 의식주에 써야 하는 존재는 지구 상에 인간밖에 없다. 인간사 모든 불행은 홀로 살지 못한다는 것,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무형의 재화를 주고받는다는 것, 거기서 시작한다. 돈이란 지구 생존 게임에 있어서 일종의 게임머니 같은 것이다.
(여기까지 쓰다가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병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 되었단다. 친구는 회식 후 넘어져서 다리가 골절돼 수술을 했다. 아이고, 혼자 살면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어쨌든 그래서 약속이 또 하나 추가됐다. 6일 동안 약속 11개, 야호!)
점차 생각을 줄이고 일을 줄이고 관계를 줄이고 모든 것을 줄여보고자 했으나 난 여전히 생각이 많고 관계가 중요하다. 일이 떨어지면 불안하다. 그래도 108배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한 번에 두 번 절할 수 없다는 것(때로 숫자가 헷갈리면 무조건 많은 쪽을 택하긴 한다). 그리고 숨을 들이마시지 않으면 내쉴 수 없다. 그러니 한정된 시간을 살면서 모든 것을 다하려 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두어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 아무리 조급증을 내도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 108배를 하니 땀이 줄줄 흐른다. 반신욕까지 하면 하루가 다 가버릴 것 같아 일단 샤워를 했다. 이제 오늘의 할 일을 하자. 병원을 건너뛸까 싶었는데, 입원한 친구 생각해서 나도 병원부터 가야지. 아, 그전에 밥을 좀 먹어볼까?
108배 시즌1 19일 차 _ 2020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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