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80일] 때에 순응하고 내 할 일을 하자

목성과 토성의 그레이트 컨정션

IMG_0326_2.jpg 터널의 끝에 사람이 서 있다. 흔들리고 희미해도 그 날의 감정은 고스란히 떠오른다. 힘든 길에 담배를 하나 빌려간 순례자는 터널 끝에서 뒤돌아 멋지게 담배연기를 날리고 떠났다!


며칠 동안 잠만 잤다.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계속 잤다. 자다 자다 심심하면 술을 마시고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그러다 또 잤다. 친구가 전화해 잠깐 받았는데 코맹맹이 소리가 심했나 우는 줄 안다. 두 어 시간이 지나 일어났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심했다. 밥을 먹는데 절반쯤 먹으니 더 들어가지 않았다. 택배로 배송 온 바지를 입어보니 쑥 들어가고도 남는다. 반짝이는 선물도 도착했다. 새 바지와 다이아 반지와 스캐너까지 크리스마스 3종 선물을 받아놓고 생각했다. 아, 쇼핑만 끊으면 되겠구나!


뒤통수 뒷담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을 연타로 당했다. 벌려놓은 일이 많으니 당하는 것도 여러 가지.. 헛웃음 한 번 웃고 지나가지 못하고 땅굴을 팠다. 열심히 달리다 터널을 만났는데 속도를 내어 돌파하면 되는데 그냥 멈춰 선 격이다. 천칭자리의 못된 습관이 되살아났다. 알면서 못하는 게 더 나쁜지 알면서 그렇다. 그래서 습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또 다른 사람에게 위로받는다. 친구가 걱정할까 봐 일어나 밥을 먹고 긴 통화를 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또 아무것도 하기 싫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108배를 하고 반신욕을 한다. 그래 올해 목표는 처음부터 108배와 모닝페이지, 반신욕이었다.


생각해보면 올해 초, 삶의 좌표를 잃고 막막했던 그때 나를 일어서게 한 것이 108배와 아침 루틴이었고 그때에 비하면 지금 이 정도 일쯤이야 별것도 아니다. 다시 아침 루틴에 힘쓰며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나머지는 덤이다 생각하며 2020년을 마무리하자.


목성과 토성의 그래이트 컨정션이 코로나 바이러스 19 팬데믹으로 온 지구인을 꼼짝 못 하게 가뒀는데 그 와중에 열심히 한 해를 살았음에 감사하자. 이제 그 이후에 맞게 될 새로운 세상, 새로운 질서 속에서도 난 나의 삶을 성실히 살아야 하니까.


농부가 아무리 성실히 일해도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으면 농사는 망한다. 그렇다고 하늘만 바라보면서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으면 하늘이 주는 복도 받을 수 없다. 때의 가르침에 순응하며 자기 일을 해나가는 것. 그것이 순리고 운명이다.


터널을 피할 수 없다면 지나가면 그뿐. 멈춰서 있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반신욕 마치고 밥 먹고 힘내서 오늘 내가 할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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