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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나는 계속 방송작가로 살 수 있을까?

#예능작가, 김진태

2000년, 26살에 처음 방송작가가 되어, 지금도 “방송작가입니다.” 말하지만 난 사실 내가 방송작가로 계속 살 것인가, 살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못해 먹겠다”라고 도망간 것도 수차례인데 그때마다 돌아와 다시 방송을 하고 있으면서도 “뭐 다른 일은 없을까?” 또 항상 고민을 한다.


처음 방송국에 들어가 얼마 안 됐을 때, 말로만 듣던 월천작가(월에 천만 원 받는 작가)로 스쳤던 김진태 작가님(얼마 전에 알았다. 그때 월 천이 아니라 월 2천을 버셨단다.)이 책을 냈다고 했다. #예능작가, 예능작가 16인의 생생한 방송 이야기. 주문을 한 지 한참 됐으나 일주일 넘게 걸려서 배송이 되었고 오늘은 할 일이 있으니 서문만 보고 나중에 읽어야지 했는데. 3시간을 꼬박 앉아 한 자리에서 다 읽었다.


최근 무당 유튜브 방송을 만들었다. 친구가 점을 보러 가고 싶다고 무당 중 한 명을 소개해달라고 해서 갔다가 친구는 안 보고 나만 점을 보았다. 이제 방송이나 홍보 그만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면 안 될까 물으니 웃기지도 말란다. 계속 TV만 보인다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라 했다. 웃으면서 그래 어쨌든 계속하자, 했는데 오늘 마침 딱 이 책이 와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알쓸신잡, 삼시 세 끼, 맛있는 녀석들, 황금어장 무르팍 도사 등

방송을 잘 안 보고 살던 나도 꼭 챙겨보고 즐겨보던 프로그램들을 만든, 소위 잘 나가는 작가들의 생생한 방송 이야기다. 20년 30년 이상 방송을 한 작가들이니 그중에 힘든 일 하나 없이 무조건 좋았다 할 수는 없겠지. 그들도 나처럼 고민하고 있구나, 천재 작가 소리를 들으면서도 마냥 행복하지는 않구나.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 속에서 지지고 볶으며 행복한 천상 작가들이구나 하면서 읽다 보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어쩌다 보니 방송작가가 되었다. 아직도 어디 가서 방송작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대표 프로그램은 뭔지 이야기하려면 참 어렵다. 사람들은 작가에 관심이 없고 나는 그리 잘 나가는 작가가 아니라는 게 왜 그리 부끄러운지. 그래도 계속 무언가 만들면서 20년을 넘게 버티고 있다.


7년 차 때인가 내가 일을 그만두고 방황하다 산티아고로 훌쩍 날아가게 했던 프로그램의 왕 작가님이 김진태 작가님이었다. 이후로도 몇 번 스쳐 지나갔고, 최근 페이스북으로 서로의 일상을 엿보고 있다. 항상 술 한 잔 해야지, 말하고 실상은 한 번도 술을 못 마셨는데 (홍대 ‘작업실’에서 마셨었나?) 선배님의 책을 읽다 보니 막걸리 한 잔 하러 부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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