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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나에게 안정감이란?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연못이 얼면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지 혹시 알고 계세요?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우주쇼, 목성과 토성의 그레이트 컨정션! 별자리 해석으로 보자면 성숙 발전 확장하는 목성과 안정, 수문장의 토성의 결합은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같이 온 세상을 꼼짝 못 하게 묶어놓고 새로운 세상 새로운 질서로 한 단계 도약하게 하는 이벤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제목부터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니, 딱 염소자리의 소설이다.


토성, 염소자리가 지배하는 이야기

나는 언제 안정감을 느끼는가?


16살에 키는 185센티미터나 되고 머리에 새치까지 있는 겉은 늙고 속은 어린 “어른 아이” 홀든은 퇴학을 당하고 2박 3일 가출을 한다. 위선적인 속물이 가득한 세상을 욕하면서 그 역시 속물 같이 행동한다. 택시를 타고 호텔에 묵고 술을 마시고 여자를 부른다. 선생님과 친구들도 만나지만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홀든은 실망하고 화가 난다. 유일하게 이야기가 통하는 여동생 피비가 도대체 좋아하는 게 무엇인가 묻는데, 그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여동생 피비와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역시 동생이지만 이제는 죽고 없는 앨리와 학교 친구이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는 못했던, 왜소한 체격에 한 번 했던 말을 취소하지 않아 왕따를 당하다 자살한 제임스를 이야기한다. 제임스는 죽을 때 홀든이 빌려준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피비가 다시 무엇이 되고 싶은가 물으니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 한다. 드넓은 호밀밭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한쪽에 벼랑이 있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게 두다가 벼랑에 떨어질 위험의 순간에 그들을 잡아주는 파수꾼, Catcher가 되고 싶단다. 피비의 말처럼 또 퇴학당한 것을 알게 되면 “아빠가 죽이고 말 거야”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샐린저의 말을 빌려 표현한다면 나도 샐린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 학교에서는 왕따와 자살이라는 큰 문제가 흔하게 벌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문 학교들은 그런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덮어버린다. 다른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러나 그 문제에 상처를 입은 학생들은 결국 그 보호구역에서 보호받지 못한다.


홀든이 택시만 타면 기사들에게 연못이 얼면 오리들이 어디로 가는지 반복해서 묻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홀든은 택시를 타고 익숙하게 자신의 집 주소를 대듯,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집이 필요하다. 피비의 말처럼 퇴학당한 홀든을 아버지가 죽이고 말지라도 홀든은 차라리 부모에게 걸리길 내심 바랄 수밖에 없다. 그는 아직 어리고, 부자 아빠 덕분에 누리는 자신의 특권을 버리기엔 이미 속물이다. 자신이 비판하는 세상의 속물들만큼 홀든도 속물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오랜 기간 금서였고, 또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고 한다. 홀든은 학교와 선생들에 대한 반항을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좋은 선생님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바로 홀든이 생각하는 좋은 선생의 모습일 테니까. 아이들이 드넓은 호밀밭을 맘껏 뛰어놀게 내버려 두고, 위험의 순간에만 나서서 잡아주는 역할이 바로 선생일 테니까.


나는 언제 안정감을 느끼는가?


토성은 아버지, 안정감, 명예, 수직적 위계 등을 키워드로 한다. 나의 토성은 사자자리다. 사자가 적을 만나면 자기 몸을 크게 보이기 위해 갈기를 부풀리듯, 사자자리는 머리에 힘을 주고 화려하게 치장하면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에 돈을 쓰고 나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방송작가 초기에 나의 옷차림과 화장에 유난히 말들이 많았다. 그때 나는 입버릇처럼 “난 마스카라 바짝 올리고 하이힐 신어야 글이 더 잘 써져요!”라고 말했다. 요즘에도 나는 미팅을 갈 때는 풀메이크업에 빨간 립스틱을 바른다. 누구는 미팅 다녀온 날 보고 “센 언니” 캐릭터라 하기도 한다. 오늘은 집에서 글을 쓸 예정이지만 빨간 립스틱으로 무장하면 글을 좀 많이, 잘 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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