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침은 없다!

마흔여덟, 독립 1개월 만의 깨달음

“한 달은 소파에 누워 지냈던 것 같아!”

산티아고에서 만났던 한 언니는 그렇게 말했었다.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화실을 운영해 처음 집을 샀다고 했다. 대출을 끼고 경기도에 어렵게 장만한 집이었지만 그 집이 너무 좋아서, 뿌듯해서 한 달을 소파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고. 그러다 갑자기 배낭을 싸고 산티아고 가는 길에 왔다고.


새해 첫날 들여온 나타샤와 페페, 친구는 킨포크 스타일이라 칭찬했으나 현실은 식집사의 시작이다!


그때는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알겠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는 누구나 쉽게,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것을 안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이번에는 천천히, 아주 서서히 깨달았다. 오랜 시간 마음과 재정을 흔들었던 교통사고 송사가 끝났고, 갑자기 집을 나와 독립했다. 집을 예쁘게 꾸미고 나면 새해가 되겠지, 했는데 새해가 되고도 아직 집 꾸미기는 끝나지 않았다. 내가 왜 서른 초반에 독립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캥거루족이 되었던가, 잊고 있었다. 나는 네이탈 차트 세 번째 하우스의 쌔턴의 영향으로 집과 학교 혹은 직장이 항상 멀다. 여의도에서 번동, 출퇴근 시간만 하루 세 시간 이상이었다. 여의도 근처로 독립하면 아침잠을 두 시간은 더 잘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은 줄었으나 대신 그 시간에 밥과 설거지, 빨래, 청소를 해야 했다. 밥이야 사 먹으면 되지, 청소는 안 어지르면 되지, 빨래는 세탁기가 한다고? 말도 안 된다. 독립하자마자 잊었던 기억이 현실로 다가왔다.


게다가 난 커피 한 잔도 원두 홀빈을 밀로 갈아서 드립해 마신다.

어쨌든 눈을 뜨자마자 밥부터 찾는 내 튼튼한 위장을 위해서 간단하게라도 먹으려면 뭔가 만들어야 하고 먹으면 치워야 한다. 먼저 장을 봐서 냉장고를 채워야 한다. 아침에 베이글과 리코타 치즈 샐러드, 감자 수프에 케일 바나나 주스, 커피까지 챙기는 완벽한 아침은 낭만이 아니라 사치다. 엄마가 우유에 청국장가루, 새싹보리, 프로폴리스 타서 사과랑 계란프라이와 함께 아침을 먹는 이유가 있었다. 방바닥에 먼지와 머리카락은 도대체 왜 이렇게 쌓이는지, 청소를 하고 돌아서면 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다. 요즘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청소기를 3대 이모님 가전이라 부른다는데... 나는 하나도 없다!


“살림, 하다가 싫증 나면 안 해!”

전갈자리 엄마가 전화로 충고해 주었다. 너무 애써서 하지 말라고. 그래서 나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커피 내려 마시고 108배하고 이 글부터 쓴다. 이제 씻고 밥 먹고 나가자! 나가서 돈 벌어 3대 이모님 가전을 하나씩 들여놓아야지!!


** 아, 오늘은 페페 물주는 날이다.

아몬드 페페는 열흘에 한 번, 고무나무 나타샤는 일주일에 한 번,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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