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예측 불가

곡우에는 두릅 등 새순나물


어려서부터 비에 예민했다.

비가 오면 몸이 아프고

잠도 잘 못 잔다.

'교통사고 환자도 아니고, 관절염 환자도 아닌데...'

라고 했는데

정말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기상대보다 내 몸이 더 정확하다.


최근 연이은 화재 때문에 비 소식이 반갑다.


아직도 전국이 가물어

산에 들에 마른 잎들이 버석거린다.

그래도 오늘은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고

적은 양이지만 비 소식도 있어 다행이다.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되는 이 시기에

생각나는 것이 있으니

두릅, 엄나무순, 오갈피순 등 새순나물이다.

2016_0425_chungju 059_2.jpg 두릅에 계란 입혀 기름에 지져 뜨끈하게 먹자!

봄날의 꽃샘추위처럼

쌉싸래한 맛의 새순나물은

언제 어디서 진짜를 만날 수 있는지

예측이 안 된다.


어느 날은 꽤나 맛있고

어느 날은 너무 싱겁다.


여행을 가서 유명 관광지의 두릅 전문점이 아닌

그냥 마을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만나는

두릅이 더 향긋한 경우가 있는 것이다.

하긴 시골마을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내는 두릅은

하우스 것이 아니라 뒷산에서 따온

제대로 된 두릅일 수밖에 없다.

돈 주고 사다가 밑반찬으로 내서는

수지가 맞지 않을 테니까.


“이건 딱 요맘때밖에 못 먹는 거야”

_MG_5151_2.jpg 여리여리한 것이 쌉싸래~하니 입맛 돋우는 홋나물


처음 맛보는 홋나물도 그렇게 만났다.

찾아보니 화살나무의 새순이란다.

보들보들하면서도 쌉쌀한 것이

내 입에 딱이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홋나물에 소주 반 병을 비우고 추가한다.

두 번째 추가하자


“이건 많이 못 주는데... 얼마 없어서...”


풍족한 인심의 시골 밥집에서

듣기 어려운 말이지만

정말 반찬통에 담긴 나물이 얼마 되지 않는다.


“고맙습니다~ 진짜 맛있어요”

_MG_5184_2.jpg 홋나물은 밥도둑이다!


인사를 하고는 아껴 먹으며 싹 비운다.

예상치 않은 맛도 있을 게다.

봄의 딱 며칠만 먹을 수 있는

희소성 때문에도 더 맛있다.


산나물의 제왕 두릅의 인기 때문에

엄나무순을 개두릅이라 부르는데

엄나무순은 엄나무순으로서

독특한 향취와 맛이 있으니

난 개두릅이란 이름이 싫다.


두릅뿐 아니라 엄나무순, 오갈피순

그리고 얼마 전 처음 만난 화살나무순까지


봄날의 새순나물은 그렇게 예상치 못하는 맛이다.

야리야리한 것이 어찌 그리

톡 쏘는 쌉쌀함을 숨기고 있단 말인가.


돈 주고도 사 먹을 수 없기에 더 맛있을까?

버석거리는 봄날의 산에 미끄러지면서

아는 사람만 따올 수 있는 귀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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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천관산에서 올라온 옻순~ 옻이 오를 수 있으니 조심해서 데치고 바로 찬물에 헹군다!


S가 그랬다. 그는 늘 예측 불가한 남자였다.

갑자기 내 삶에 불쑥 들어왔고

12년 동안 지 맘대로 들락날락

내 마음을 휘젓고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잊어야지 하면

뜻밖의 시공간에서 맞닥뜨렸다.


결국 멀리 외국에서

국제전화로 술주정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요즘도 가끔 국제전화가 오면

순간 멈칫한다.


‘S일까?’


오늘은 곡우, 밤에 비가 온다는데

어차피 잠도 못 잘 것 같고

두릅나물에 소주가 필요한 날이다.


하루 만에 갑자기 초여름 날씨로

바뀌었다.

예측 불가한 꽃샘추위는

이제 정말 지나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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