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입하 재첩

봄날이 가고 여름이 온다는 입하다.


24절기는 어쩌면 그리도 정확한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화려한 봄꽃들이 퇴장하고

산과 들에 신록이 올라온다.

_MG_5735_3.jpg 250년 된 느티나무에 신록이 싱그럽다. 옥천 가풍리 보호수

문득 영화 <봄날은 간다>가 떠오른다.


“라면 먹을래요”하며 먼저 다가섰던

은수가 멀어지자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하며

상우가 눈물짓던 영화.


영화는

봄날의 화사한 꽃처럼 짧고 강렬하고

오랜 여운이 남아

지금도 가끔 다시 본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의 내가

상우 같았다면

지금의 나는

은수 같다고 생각하면서.


18년 전의 나는

사랑이 전부인 줄 알았기에

은수의 사랑이 인스턴트 라면 같아

싫었다.

봄날은간다.jpg 영화 <봄날은 간다> 포스터에도 신록이 빛난다


지금의 나는

은수가 이해된다.

은수는

사랑이 전부인 상우가 버거웠을 테고

상우를 놓아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겠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에서

“사랑은 변하지...”가 되었다.


입하에 먹는 재첩


입하, 여름이 시작되는 이때에

제철 술안주로는 재첩이 좋다.

술을 마시면서 깰 수 있는 좋은(?) 안주가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재첩과 재첩국이다.

_MG_9228_3.jpg 재첩에 호박을 더한 광양의 재첩국

술값이 좀 많이 들고

아침 해장국으로 먹다가도

다시 술이 생각나는 것은

재첩의 단점일까, 장점일까?


재첩은 강의 모래가 많이 섞인

진흙바닥에 산다.

다 자라도 껍질의 크기가 2센티미터 내외의

초미니 조개지만 쫄깃한 살맛은 물론

국물이 깊고 진해 해장국으로 최고다.


4월부터 10월까지 채취하는데

지금 5월이 딱 제철이다.


재첩국 사이소~~


재첩을 먹을 때면 늘 듣는 소리가 있다.

어렸을 때 아침이면 “재첩국 사이소”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재첩국을 아침에 이고 다니며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한다.

특히, 부산과 경상도 쪽 사람들 이야기다.


원래 재첩은

섬진강보다 낙동강에 더 많았는데

80년대 낙동강 하구둑이 들어서고

재첩의 씨가 말랐단다.

그래서 부산의 재첩 맛집은

요즘 섬진강 재첩을 가져다 쓴단다.


섬진강은 길이 212.3 km의 장강으로

길이로 치면 4대강에 들지만

팔공산(八公山)에서 발원해

지리산 남부의 협곡을 지나

백운산까지 높은 산을 휘감고 흐르는 덕분에

4대강 사업의 삽질을 피했다.

그래서 모래톱과 강변 나무가 살아있고

재첩도 살아있다.


하동 vs 광양 재첩


사람들은 또 하동 하면 섬진강

섬진강 하면 재첩이라 말한다.

그런데 최근 나는

하동보다 광양에서 먹는 재첩이 좋다.

_MG_9229_2.jpg 재첩 무침에 호박이 들어가니 질감도 맛도 더 좋다, 내 입맛에.

하동이나 광양이나

섬진강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고 있으니

재첩은 똑같겠지만

하동에서는 재첩에 부추를

광양에서는 재첩에 호박을 더한다.


하루에 섬진강을 건너

하동과 광양을 오가며

재첩을 먹었다.


그전까지

재첩 하면 하동을 먼저 떠올리고

부추와 함께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광양에서 재첩 무침도 재첩국도

호박을 넣어 부드럽게 요리한 것을 먹으니

내 입맛에는

재첩에 부추보다 호박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이다.

게다가 광양은 전라도

하동은 경상도인데

역시 음식은 전라도다.


재첩도 낙동강에서 섬진강으로

섬진강 재첩도 하동에서 광양으로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고

그때는 몰랐던 것을 지금은 알게 되면서

계속 바뀐다.


지금 재첩을 안주 삼아

마주 앉아 술 마시고 있는 사람도 변했다.


하긴 3대째 맛집이라 해도

지금 맛과 예전 맛은 다르지 않던가.


사랑은 변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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