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국수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밤새 노래 부르던
남자와 여자는
술김에 문득 버스를 타고 군산으로 간다.
시간이 멈춘 듯
일본 적산가옥이 즐비한 군산은
적막하고 사람이 없다.
남자와 여자는 해장으로 칼국수를 먹는다.
간판도 아니고 벽에 새겨진
이름 한 글자가 툭 떨어진 모습이
퇴락한 군산을 닮았다.
한때 마을 사람 꽤나 울렸을 것 같은
제법 사연 있을 법한 여인이
김치에 막걸리를 마시다
잔을 들고 앞에 와 앉는다.
영화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를 보고
군산에 갔었다.
영화 그대로, 아니 영화가 군산을 그대로 담아
시간이 쌓이고 그 켜켜이 사연도 많은 군산!
퇴락한 도시와
핫플레이스의 모습을 야누스처럼 가지고 있으나
슬픔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묘한 분위기였다.
영화 그대로, 아니 원래의 모습 그대로
간판도 아니고 벽에 새겨진
이름 한 글자가 툭 떨어진 칼국수집에 갔다.
사연 있을 법한 나이 든 문숙 같은 여인 대신
젊은 여자 둘이 가게를 한다.
12시 넘어 점심시간에도
사람이 없다 했더니
금세 우르르 동네 사람들이
들어와 시끌벅적하다.
주전자엔 막걸리 대신 물이 있고
밖에서 기다리며 흘끔거리는 손님들 때문에
술을 시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올해는 비가 좀 오나 했는데
또 마른장마다.
비가 오면 먹으려고
기다리던 안주들 때문에 애가 탄다.
작은 더위, 소서...
절기는 무섭게도 잘 맞아떨어져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걸
온몸으로 알겠다.
옛 어르신들은 이때,
밀과 보리를 먹기 시작했단다.
농사철 치고는 한가해
밀가루 음식을 많이 해 먹었단다.
밀가루는 그야말로
계절이 상관없어진 지 오래이나
그래도 여름날의 칼국수,
특히 비 오는 날의 칼국수는 별미다.
밥도 되고 술안주도 되고
든든하고 해장도 된다.
어느 날, 밤새 술을 마시다
충동적으로 버스를 타고
한적한 도시에 내려
해장 겸 아침 겸
칼국수에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
얼음 동동 콩국수도 좋겠다.
보드레한 국수 가락에
진득하지만 구수한 밀 막걸리 한 잔
거기에 비도 좀 와주면 좋겠다.
그러면, 함께 충동적인 여행을 떠나온 남자든
나이 든 여인의 사연이든
혹은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진이 고통이고 치유가 된 남자든
사랑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