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8배 17일] SNS의 마법

108배 매직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 아서 C. 클라크


SNS에 올리면 마법처럼 이루어질 때가 있다.


그것을 처음 깨달은 것은

2년 전 유럽여행에서다.

바르셀로나와 파리, 비엔나 등의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 집에 신세를 지기도 했는데

한 명이 말했다.


“페이스북에 댓글 쓴 대로 되었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볼 수 있는 내 친구네 베란다

누군가 한 명이 내 포스팅에

비엔나 와서 같이 출사를 하자 했었고

그 댓글에 파리 사는 언니가 파리에도 오라 했다.

난 거기에 피렌체, 바르셀로나 거쳐 파리 비엔나까지

가겠다고 했다.

피렌체에도 바르셀로나에도 친구가 있으니까.

특히, 바르셀로나 친구는 몇 해 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매일 볼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 베란다 뷰를 보고 나니

그곳에 가지 못하는 게 한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유럽여행의 시작은 당연히

바르셀로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 년 후, 거짓말처럼 바르셀로나 파리 비엔나로 여행을 갔고

그들과 함께 사진도 찍으러 다녔다.

(피렌체 친구와 연락이 늦게 닿았고

한 달 이상 여행은 무리라 다음을 기약했다!)


섭외 전, 나의 페이스북 포스팅(한강의 괴물에 괜히 시비 걸며 바랐다!)


얼마 전 영화 다큐를 시작하면서는

"한강에서 괴물 나오는 영화 찍은

감독님 섭외하고 싶다!" 올렸는데

요즘 영화 <기생충>으로 엄청나게 바쁜

봉준호 감독을 기적적으로 섭외해 인터뷰할 수 있었다.


처음 섭외했을 때

인터뷰를 대행하는 영화사 담당자는

감독님이 너무 바빠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했었다.

국내외적으로 얼마나 바쁜지

뉴스에서 매일 본다.


봉 감독은 익스트림 무비에 이렇게 귀띔했다. “아무래도 디즈니나 넷플릭스 같은 거대 회사가 아니다 보니 물량 대신에 (맷돌 돌리는 시늉을 하며) 감독을 갈아 넣는 식으로 엄청난 양의 GV(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하루에 몇 군데씩 마치 봉고차를 타고 미사리를 도는 유랑극단처럼 움직였다.”

[출처: 중앙일보] 정치 선거처럼 수백억 펑펑… 봉준호도 뛰는 오스카 캠페인


그래도 봉준호 감독을 빼고 한국 영화 100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쉬웠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며칠 후, 혹시 서면 인터뷰나 전화 인터뷰는

안 되겠는가 연락이 왔다.


30분만 시간을 내주면 어디든 가겠다 하고 기다렸다.

정 시간이 안 되면

영상으로 찍어 보내달라 하려는 것이 플랜 B였다.

그런데 정말 30분만 시간을 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감지덕지 하늘에 감사, 페이스북에 감사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이틀 전

봉준호 감독과 인터뷰가 잡혔다.

거의 모든 인터뷰가 끝나고

딱 하나, 이장호 감독님과 배창호 감독님 그리고

이명세 감독님 3분을 한 자리에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촬영과 아직 날이 잡히지 않은 두 명의 인터뷰.


그런데 딱 그 날, 시간도 정확하게 30분 차로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

오전 10시 반에 방배동에서 촬영하고

11시까지 인사동에 가서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간단한 인터뷰 촬영이어도 카메라 세팅하고 철수하는 데만

한 시간 이상 걸린다.


3분 감독님이 선약이었으니

봉준호 감독이 아니라 그 이상의 누구라도 안 되니

시간을 옮겨 다시 약속을 잡는다가

플랜 A.

2부작 다큐라 두 팀이 돌고 있으니

다른 팀을 보내 대신 촬영하는 것이 플랜 B.


결국 플랜 B로 다른 촬영팀과 내가 나갔다.


장소는 감독님이 평소 자주 가는 카페.

카페 장소 대여를 위해 전화하니

이미 감독님이 얘기해 두었다 한다.

역시 처녀자리 봉테일답다.


인터뷰 당일, 사장님이 말하길

영화 <기생충> 시나리오도 이 카페에서 완성했다 한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 시나리오를 쓴 카페 (방배동 카페 서래수)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 20분 늦게 왔는데

시차적응이 안 된다며 미안해했다.

우리 인터뷰 다음에도

바로 그 장소에서 다른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장호 감독님, 배창호 감독님, 이명세 감독님

세 분이 인사동에서 인터뷰 중이라 하니

봉준호 감독은

"엄청난 또.. 회오리가 일 것 같은데..." 하며 반색을 했다.


어쨌든 “이상한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도

페이스북에 올리고 마법처럼 이루어졌다.


독일산 멜리타 드리퍼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도 아주 맛있었는데

여기 가서 글 쓰면 <괴물> 같은 인기를 얻을 대작이 나올까?


봉준호 감독님은 인터뷰 중간 과테말라를 마셨다_카페 서래수


그러니 또 바란다.

바르셀로나의 내 친구네 집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보면서 108배를 하고 싶다고!


바르셀로나 친구네 집 거실 소파에 누워서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


오늘은 내 방에서

세계지도 보며 108배~


*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제게 있으니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