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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16일] 운동만이 살 길이다

108배를 시작한 이유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야.

갈 가다 교통사고처럼 아무랑이나 부딪칠 수 있는 게,

사랑이야.

사고 나는 데 유부남이, 할아버지가, 홀아비가

무슨 상관이 돼? 나면 나는 거지.”

- 노희경, <거짓말> 3부


사랑은 교통사고 같을 수 있지만

교통사고는 사랑과 다르다.

길 가다 나면 나는 거지만

일방적 사고도 영향이 꽤 오래간다.


2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30대에 훌쩍 떠나

산티아고 800킬로미터를 걷고 왔을 때

이상으로.


처음엔 그저 가벼운 사고라 생각했다.


뒤에서 트럭에 들이 받히고

그 충격으로 내가 앞차까지 받았으나


외상도 없고 피도 안 났다.

그 날 미팅도 잘했다.


그러나 미팅 중간부터 목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더니

끝나고 택시 타고 집에 오는데

분명 저 차와 부딪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슬로비디오로 차가 다가오는 느낌에

속이 미식미식 울렁거리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디스크(추간판 탈출)와 이명, 어지러움, 두통으로

입원을 40일 넘게 했다.


처음엔 디스크가 심하게 튀어나와

수술을 해야 하나

아직 젊으니(?) 주사치료하자고 했다.

수술이 싫어 그러자고 했다.

생각이 짧았다.

의사도 후유증은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적정량을 써도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내 경우엔 간수치가 5배까지 치솟았다.

병원 의사들을 믿지 못하겠어서

수술은 하지 않았고

그래서 입원이 길어졌다.


지금 2년 넘게

디스크와 이명, 두통, 불면으로

통원치료 중이다.


의사들은 이제

교통사고 후유증이 내면화되어

2차 고통에 이르고 있단다. 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온몸이 아우성을 치니

(대상포진도 걸렸었다)

내게 운동은 생존을 위해 필수다.


수영, 필라테스, 가벼운 등산, 산책...


수영은 못하는데

디스크 때문에 갑자기 시작하면

오히려 목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나는 필라테스가 가장 좋았으나

디스크 환자는 1:1만 가능하다.

1회 6-8만원 주 2회

운동비가 너무 비싸다.


사고 이후 푹~ 쉬어 통장이 가볍다.

(방송작가는 4D 직업이다.

6시간 서서 녹화하다 너무 아파 때려치웠다.

이제 밤샘은 생각도 못한다.

아프다 소문나서 일도 잘 안 들어온다.)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을 하는 게 좋은데

겨울이 너무 춥다.

올 겨울은 덜 춥다고 하지만

내 마음이 춥고 미세먼지도 싫다.

108배 시작한 이유를 길게도 썼다.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교통사고로 진짜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108배로

내 몸과 마음을 토닥토닥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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