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의무감
“농부가 된다는 것은 재미로 할 때는 멋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습관이 되고 일이 점점 더 많아지더니
급기야 의무가 되어 버리자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다...”
- 헤르만 헤세(1931년), <정원 일의 즐거움>
처음엔 재미있어 시작한 일도
어느새 의무가 되어버리면 즐겁지 않다.
108배가 슬슬 힘들다.
일이 늘어나면서 외출이 잦아지고
해야 할 일도 넘치고...
그러다 보니 아침에 모닝페이지 쓰고
108배에 브런치 글까지도 무리가 되는 것이다.
엊그제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읽다가
이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깨달았다.
(헤르만 헤세는 항상 정원 돌보는 것을 좋아해
이런 책도 썼다.
별책부록으로 언젠가 받은 거라는데 이제 읽고 있다.
역시 책은 사놓으면 읽는다!)
좀 느슨하게 해야겠구나.
모닝페이지는 1년 넘게 쓰고 있으나
아직까지 질리거나 재미없지 않았는데
108배는 한 달 만에 힘들고 부담스러워지다니.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그래서 좀 느슨하게 하기로 했다.
하긴 모닝페이지도 처음엔 매일 쓰지 못했다.
바쁘거나 귀찮으면 건너뛰기도 하다가
최근 몇 개월은 거의 매일 열심히 쓰고 있고
이제 몸에 배어
책상 앞에 앉으면 무조건 쓰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때로는 마감이 급하면 건너뛰거나
마감부터 끝내고 쓰기도 한다.
프리랜서라 좀 부지런해지자는 마음에
아침 루틴을 정했던 것인데
이번 주는 벌써 3일 내내 외출을 했고
내일도 모레도 약속이 잡혀 있으며
계속해야 할 일들도 쌓이고 있다.
한 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즐겁게 하자.
오늘부터는
아침에 모닝페이지만 쓰고
저녁에 108배와 브런치를 하기로 했다.
이비인후과 의사 쌤도
자기 전에 108배와 반신욕으로 몸을 이완시키는 게
이명과 불면증에 효과가 좋다고 했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밤중에 108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