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와 소확행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처음엔 늘 오늘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두렵다.
그러다 90이 넘으면서는
일부러 호흡을 크게 두세 번씩 내쉬고 들이마시며
시간을 끈다.
끝나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마침내 108을 세고 나면
엎드린 자세 그대로 한껏 몸을 바닥에 밀착시키고
길~게 호흡하며 행복을 만끽한다.
“그래, 오늘도 해 냈어!” 하면서.
그리고 일어나서는
차가운 맥주 대신 물을 꿀꺽꿀꺽 마신다.
108배는 격렬한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과 후 물 한 잔씩이면 충분하다.
요즘 108배의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
108배를 마치고 따스한 보이차 한 잔을 마실 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