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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35일] 작지만 확실한 행복

108배와 소확행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처음엔 늘 오늘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두렵다.

그러다 90이 넘으면서는

일부러 호흡을 크게 두세 번씩 내쉬고 들이마시며

시간을 끈다.

끝나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마침내 108을 세고 나면

엎드린 자세 그대로 한껏 몸을 바닥에 밀착시키고

길~게 호흡하며 행복을 만끽한다.

“그래, 오늘도 해 냈어!” 하면서.


그리고 일어나서는

차가운 맥주 대신 물을 꿀꺽꿀꺽 마신다.


108배는 격렬한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과 후 물 한 잔씩이면 충분하다.


요즘 108배의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

108배를 마치고 따스한 보이차 한 잔을 마실 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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