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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37일] 코로나19와 면역력

108배와 마음 다스리기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콕 박혀 있다.


교통사고 이후 디스크와 이명, 불면증으로 고생하면서

또 하나의 복병은 면역력이다.


처음 디스크, 추간판 탈출증을 진단받았을 때

의사는 말했다.

“나이도 아직 젊으니 수술은 하지 말고

주사치료합시다.”


나는 방송하면서 디스크에 대해 다룬 적이 있고

아버지 허리디스크 수술의 기억도 안 좋아

수술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사치료에 대해 무지했다.


목의 디스크가 심해 바로 수술해도 될 지경이기는 했다.

내가 MRI 사진을 봐도 추간판 튀어나온 게 심했고

손발 저림 증세와 팔에 갑자기 힘이 빠지는 증세까지 있었다.


가슴에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붙이고

하루 세 번 한 움큼씩 약을 먹었는데

그중에도 마약성 진통제가 들어있었다.

진통제로 버틴 것이다.


주사치료 정도는 괜찮겠지 생각했고

의사는 그에 대한 어떤 부작용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주사치료를 받고 상황이 안 좋았다.

네이버 지식백과에도 나오는 바

디스크 주사치료에 사용되는 적정량의

스테로이드제는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나의 경우, 주사치료 이후 간수치가 5배로 치솟았다.


이후, 나는 주사치료를 못받아 수술 권유를 받았으나 당연히 거부했다.

의사는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사지마비로 응급실 실려와

의사표현도 못하고 바로 수술 들어가는 수가 있어요.”

거의 협박이었다.


그동안 정형외과 진료를 받았는데

다른 의사의 말이 들어보고 싶어 신경외과 진료를 받았다.

신경외과의사는 차트를 보더니

약도 먹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간은 돌이킬 수 없고, 생명과 직결된 것이므로..


지난 2년 동안 한방진료, 침과 추나요법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필라테스도 했는데 이게 많이 비싸다.

1:1 수업에 주 2회, 14만 원.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에도 걸렸었고

등에 곰팡이도 생겼다 사라졌다 2년 넘게 반복이다.


살을 빼지 않으면 허리와 목이 너무 아프고

살을 빼면 등과 옆구리에 곰팡이가 피어난다.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고,

퇴원 이후로도 한 동안 제대로 생활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2년 반 동안 몸으로 알고 있다.


요즘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가 발칵 뒤집어지고 있는데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나는 더 겁이 난다.

그래서 건강에 유난을 떤다.


108배에 케일바나나주스와 보이차를 챙기고

웬만하면 집밥을 먹는다.

외출도 최소한으로 한다.


건강염려증에 걸렸다. 이미 중증이다.

그래도 비가 오면 몸이 먼저 알고

조금만 피곤하면 곰팡이가 괴롭히고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컨디션이 더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다.


사고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무리 운전을 잘하고 조심해도

뒤에서 들이받는 것을 어떻게 피하겠는가?

잠깐 딴생각하고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았다는데...

(사고는 뒤의 차 과실 100%다)


그러니 당분간은 억울해도

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밖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굽히고

108배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빨리 코로나19의 확산이 멈추고

치료제가 개발되고

바깥 외출이 자유로워지면 좋겠다.


사람들의 혐오와 공포가 잦아들기를 바라지만

사실, 나도 아직 교통사고와 그로 인해

나를 괴롭히는 모든 이들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108배를 하면서도

교통사고를 원망하고 보험회사를 원망하고

병원 의사를 저주하고 무엇보다 가해자를 미워한다.


좀더 열심히 절을 해야겠다.


* 108배, 반신욕, 보이차, 케일바나나주스, 홍삼, 영양제... 뭐가 주효했는가 몰라도 이번엔 곰팡이 없이 =면역력 걱정없이 살이 빠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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