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와 관찰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패닉, <왼손잡이>
절을 하다가 문득 멈칫했다.
어느 팔을 먼저 내밀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절을 하려면 팔을 앞으로 내밀어야 하고
양팔을 동시에 내밀지는 않으니
한쪽씩 내밀고
다시 한쪽씩 순서대로 모은다.
당신은 108배를 할 때 어떻게 하는가?
나는 오른쪽을 먼저 내밀고
왼쪽을 먼저 모았다.
어~ 이러면 균형이 맞지 않잖아!
오른쪽을 먼저 내밀었으면
당연히 오른쪽을 먼저 모아야 되는 거 아니야?
그냥 무의식적으로 하던 행동이
의식을 하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되지 않고
자꾸 멈칫하게 된다.
오른손잡이라 그렇겠지, 하다가
어린 시절에 난 가위질만은 왼손으로 하던 게 기억났다.
오른손잡이가 일반적이고
나도 보통은 오른손을 많이 쓰지만
가위질은 왼손이 훨씬 정확하게 잘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생각이 들어
색종이를 원으로 잘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왼손으로 한 게 오른손으로 한 것보다
훨씬 더 정확했다.
왼손으로 가위질한 초록색 동그란 모양의 색종이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밥 먹을 때 보통은 오른쪽에 국을 놓고 왼쪽에 밥을 놓는다.
그런데 나는 반대가 더 편하다.
양손으로 밥을 먹는데 왼손으로 숟가락질을 하니
국이 있는 게 더 자연스럽다.
나는 지금도 사람들과 함께 먹을 때면 오른쪽에 국을 놓고 먹고
혼자 먹을 때는 반대로 놓는다.
어른들이 뭐라 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생각해 보면 난 어릴 때부터 왼손을 잘 썼다.
동생 숙제를 대신해 줬다가 걸린 적이 있다.
일부러 못 쓰려고 왼손으로 썼는데
나의 왼손 글씨가 동생의 글씨보다 잘 써서 걸렸다.
고등학교 때는 전교에서 왼손 공기 1등이었다.
그 시절 갑자기 양손을 잘 쓰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었나 보다.
체육시간에 왼손 공기 대회를 시키더니
반 1등을 다른 반 체육시간에 불러 대항까지 시켰고
결국 난 전교에서 왼손으로 공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절을 하다 갑자기 이 생각이 들어서
왼손을 먼저 앞으로 내밀고
먼저 내밀었던 왼손을 먼저 모으기 시작했다.
갑자기 의식이 되는 데다 익숙하지 않아 몇 번은 멈칫멈칫했다.
그래도 앞으로 절을 하면서
왼손을 먼저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평소 오른손을 많이 쓰고
오른손 먼저 내밀고 왼손 먼저 모으는 건 균형이 맞지 않으니까.
균형, balance는 스트레칭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긴, 난 균형이 중요한 천칭자리다.
처음 별자리 공부할 때, 쌤이랑 술을 마시러 가는데 비가 왔다.
우산이 하나라 같이 쓰고 가는데
우산을 비틀비틀하다 균형을 잡으니
쌤이 그랬다.
“이야~ 천칭자리는 우산도 균형을 맞춰 드는구나!”
난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우산을 똑바로 드는 사람은 몇 안 보였다.
쌤과 마주 보고 하하 웃었다.
그래서 오늘도 왼손, 왼손
균형을 맞추며 108배 완수!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