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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41. 난 왼손잡이야~

108배와 관찰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패닉, <왼손잡이>


절을 하다가 문득 멈칫했다.

어느 팔을 먼저 내밀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절을 하려면 팔을 앞으로 내밀어야 하고

양팔을 동시에 내밀지는 않으니

한쪽씩 내밀고

다시 한쪽씩 순서대로 모은다.


당신은 108배를 할 때 어떻게 하는가?


나는 오른쪽을 먼저 내밀고

왼쪽을 먼저 모았다.


어~ 이러면 균형이 맞지 않잖아!

오른쪽을 먼저 내밀었으면

당연히 오른쪽을 먼저 모아야 되는 거 아니야?


그냥 무의식적으로 하던 행동이

의식을 하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되지 않고

자꾸 멈칫하게 된다.


오른손잡이라 그렇겠지, 하다가

어린 시절에 난 가위질만은 왼손으로 하던 게 기억났다.

오른손잡이가 일반적이고

나도 보통은 오른손을 많이 쓰지만

가위질은 왼손이 훨씬 정확하게 잘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생각이 들어

색종이를 원으로 잘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왼손으로 한 게 오른손으로 한 것보다

훨씬 더 정확했다.

왼손으로 가위질한 초록색 동그란 모양의 색종이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밥 먹을 때 보통은 오른쪽에 국을 놓고 왼쪽에 밥을 놓는다.

그런데 나는 반대가 더 편하다.

양손으로 밥을 먹는데 왼손으로 숟가락질을 하니

국이 있는 게 더 자연스럽다.

나는 지금도 사람들과 함께 먹을 때면 오른쪽에 국을 놓고 먹고

혼자 먹을 때는 반대로 놓는다.

어른들이 뭐라 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생각해 보면 난 어릴 때부터 왼손을 잘 썼다.

동생 숙제를 대신해 줬다가 걸린 적이 있다.

일부러 못 쓰려고 왼손으로 썼는데

나의 왼손 글씨가 동생의 글씨보다 잘 써서 걸렸다.

고등학교 때는 전교에서 왼손 공기 1등이었다.

그 시절 갑자기 양손을 잘 쓰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었나 보다.

체육시간에 왼손 공기 대회를 시키더니

반 1등을 다른 반 체육시간에 불러 대항까지 시켰고

결국 난 전교에서 왼손으로 공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절을 하다 갑자기 이 생각이 들어서

왼손을 먼저 앞으로 내밀고

먼저 내밀었던 왼손을 먼저 모으기 시작했다.

갑자기 의식이 되는 데다 익숙하지 않아 몇 번은 멈칫멈칫했다.

그래도 앞으로 절을 하면서

왼손을 먼저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평소 오른손을 많이 쓰고

오른손 먼저 내밀고 왼손 먼저 모으는 건 균형이 맞지 않으니까.

균형, balance는 스트레칭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긴, 난 균형이 중요한 천칭자리다.

처음 별자리 공부할 때, 쌤이랑 술을 마시러 가는데 비가 왔다.

우산이 하나라 같이 쓰고 가는데

우산을 비틀비틀하다 균형을 잡으니

쌤이 그랬다.


“이야~ 천칭자리는 우산도 균형을 맞춰 드는구나!”

난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우산을 똑바로 드는 사람은 몇 안 보였다.


쌤과 마주 보고 하하 웃었다.


그래서 오늘도 왼손, 왼손

균형을 맞추며 108배 완수!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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