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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 47. 잠시 멈춤

108배와 이명

나는 왜 108배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까?

가끔은 40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굳이 빨리빨리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단순 반복을 하면서

시간이 단축되지 않고 점점 길어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손을 합장하고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고

허리를 숙여 앞으로 절하며

고개까지 완전히 바닥에 밀착해

아기자세를 취하는 순간... 깨달았다.

아, 이 상태에서는 이명이 안 들리는구나.


108배를 할 때 귀에 이명이 미친 듯이 들리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힘든가 보다.


앉고 일어날 때 그리고 고개를 숙일 때

절정에 달하던 이명이 바닥에 엎드려 완전히 쉬는

아기 자세가 되는 순간 사라지니

나는 그 자세로 잠시 멈추어 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그래서 오늘도 108배를 하는데 40분이 넘게 걸렸다.


왜 그럴까 생각하느라 더 걸렸을까?

내게 단순 반복은 작고 사소한 것들을 관찰하게 한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지기도 한다.


하여간, 나의 이명 치료를 해 주던 의사 선생님이

병원을 퇴직했다고 한다.

마지막 진료를 옮기기 위해 몇 번 전화를 했으나

전화 연결에 실패해서

결국 선생님의 진료를 받지 못했다.

다음 진료는 다른 의사로 변경하라는 문자가 왔다.


병의 치료에는 안정감이 중요하고

거기엔 의사 선생님이 큰 몫을 차지하는데

이제 겨우 찾아낸 나의 명의가 사라졌다니...

알아봐야겠다. 대학병원 퇴직하고 개인병원 차리신 건 아닌지.


이명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날 걱정해주고, 괜찮아질 거라고,

108배를 한다니까 잘하고 있다고,

꼭 낫게 도와주겠다고 말한 선생님에게

내가 의지를 많이 했는가 보다.


이명은 심리적 요인도 크다니

선생님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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