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와 디스크
“30분마다 한 번씩 일어나세요!”
허리 디스크로 만난 의사들은 죄다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은 진료하시면서 30분마다 일어나시나요?”
모 병원 재활의학과 의사는
자신도 디스크라고 하길래 물어보았다.
“.......”
그도 대답하지 못했다.
대학병원이라 3분 5분 단위로 끊어
환자를 진료하는 본인도
30분마다 일어나지 못하면서
글 쓰는 사람에게 30분마다 일어나라고 하다니
그게 제대로 된 진료인가?
아니면 아프면서도 그걸 못하는 내가 문제인가?
그렇지 않아도 요즘 글이 잘 안 써진다.
(항상 안 써지는 게 글인가?)
눈 뜨고 있는 시간 대부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웹 서핑하고, 책 보고, 그러다 또 책을 사들이고
SNS를 기웃거리고 그러다 보면 배가 고프다.
밥 먹고 나면 졸리다.
침대의 유혹은 언제나 강렬해서 커피를 마셔도 소용이 없다.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오후까지 아무것도 못 쓰고 마는 날이 많은데..
30분마다 일어나라니!
“집에서 일을 하면 진도는 너무 느리고, 오전 내내 집 안을 뒤져서 설탕이나 지방이 함유된 식품을 모조리 다 찾아내 먹고, 죙일 일과 관련 없는 활동, 즉 딴짓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다섯 시 반쯤, 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마이클 부스,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이 글을 읽고 위로가 되었다.
그래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딴짓 안 하면 30분씩 끊어서도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은 쓰는 시간보다
준비하고 생각하고 고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도 다 글 쓰는 시간인데...
그리고 몰입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30분 동안, 글을 얼마나 쓸 수 있을까?
108배도 30분 넘게 걸리는데
글을 쓴다면 몇 글자나 쓸까?
타임 체크해볼까?
바야흐로 마감이 돌아왔다.
아무리 펼쳐 놓으려 해도
언제나 마감은 몰려서 돌아온다.
며칠 전 목이 안 돌아가 고생을 했던 것 생각하자.
다시 아프면 큰일이다.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30분 1시간마다 일어나 허리 돌리고 어깨 돌리고
노오력을 해 보자!
108배를 하면서도 스트레칭 쭉쭉!
오늘도 40분 넘게 걸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