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자세
미래를 불안해하는 시간이 있으면
지금 할 일을 할 때다.
- <사치의 절밥> 3화
바닥에 앉는 좌식 식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부모님은 무릎 꿇고 혼내거나
훈계를 하는 분들이 아니어서
무릎을 꿇어 본 일이 거의 없다.
학창 시절에도 벌서는 일이나 기합 따위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은 참 정직해서
해 본 적 없는 자세를 취하면 힘들고 아프다.
처음 108배를 시작하면서 가장 놀란 게
무릎이 아니라 발목의 통증이었다.
무릎을 꿇으면 무릎이 아플 줄 알았는데
발목이 더 아팠다.
스트레칭할 때 발을 쭉 펴고
앞으로 뒤로 구부려 보면
앞으로 쭉 펼 때 더 아프다.
생각해 보면 스트레칭 외에 그렇게 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10배 정도 하고 나면
발목의 통증은 거의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오늘은 첫 절을 하면서
갑자기 발목이 너무 아파 ‘악!’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러나 역시 10배 정도 하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다.
꾸준히 한다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10배만 하면 괜찮아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몸으로 알고 있으니 참을 수 있고
자꾸 하다 보니 괜찮아지지만
그래도 가끔 한 번 이렇게 통증으로 놀라게 한다.
요즘 자가 격리를 너무 열심히 하는 데다
일주일에 한두 번 외출도 거의 차로 이동하고
걷지를 않으니 발목이 운동을 못해서 그런가 보다 한다.
그래도 이쯤은 금방 괜찮아질 것을 알고 있으니 괜찮다.
코로나 19 사태가 처음 벌어졌을 때
메르스나 사스, 신종플루처럼 금방 수그러들 줄 알았다.
생각해보니 그때도 멘붕이 오긴 했다.
그래도 별 피해 없이 지나갔으니 이번에도 그렇겠지 했다.
그런데 대구 신천지로 증폭되기 시작해
이제는 WHO의 판데믹 선언까지...
도대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막막해진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끝이 나 봐야 알 수 있으므로 불안하다.
확진자 뉴스를 계속 보며 우울해지길래
전염병에 대한 다큐를 보고
까뮈의 <페스트>를 읽었다.
사스는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9개월
메르스는 2012년 3월부터 2015년 6월까지 3년 3개월
코로나 19는 201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4개월 차다.
신종플루는 백신을 만들어 타미플루 처방으로 종식됐다.
사스와 메르스는 백신이 없다.
코로나 19는 현재(3월 15일 오전 9시 기준) (이하 괄호는 1일 증가 수치)
발생국가 138개국(+11), 확진환자 152,445명(+9,954)
사망 5,740명 (+352)이다.
국내 확진자는 8162명(+76), 사망자 75명이다.
엄마가 일찌감치 복지관에서 노인정에서
마스크를 챙겨다 놓으셔서 마스크 걱정이 없었다.
속으로 우리 엄마 참 못 말린다 생각도 했다.
그래도 자기 보호 본능이 강한 게자리 성향을 알고 있어
그냥 그러려니 했다.
(우리 집은 냉장고만 파 먹어도 2-3달은 끄떡없을 것이다!)
막상 마스크 대란(?)으로
언니가 홈쇼핑 구매 전화를 부탁하기도 하고
친구들도 한 시간 이상 줄 서서
마스크를 구했다는 둥 하고 보니
엄마가 준비해 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요즘 말로 난 마스크 부자다.
엄마와 아빠, 나 모두 외출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걱정이 없을 정도다.
아이들 개학이 4월로 늦춰졌단다.
걷지 않으니 발목이 아프다.
점점 현실적으로 고통이 체감되기 시작한다.
언제 끝날 수 있는지 알면 참을 수 있을 텐데
그걸 모르니 공포와 마비, 패닉에 빠지고 있다.
미래를 불안해하는 시간이 있으면
지금 할 일을 할 때다.
<사치의 절밥> 3화
인간은 위대하니 백신을 개발하겠지 믿지만
그 위대한 인간이 문명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숲을 사라지게 하고
온갖 환경오염물질로 몸이 약해지고
신종 전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인과응보!
이제라도 속도를 늦추고
지구 자연과 공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108배를 하다 발목이 아픈 것에서 참 생각이 많이도 뻗어나갔다.
지금 나는 여기서 할 일을 하자.
플라스틱과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고
오늘의 할 일을 하자.
바야흐로 마감 주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