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잠시동안 행복해지는 방법
“I am pleased to inform you that we would like to offer you the position blah blah blah...”
전화기 너머로 면접을 본 인사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어 듣기 시험에서 듣던 낭랑한 목소리의 성우처럼 인사팀 직원은 쉬지 않고 나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합. 격.”
그렇게 기다리던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물론 이 합격 전화가 구직과정의 끝은 아니었다. 캐나다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레퍼런스를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면접은 합격 아닌가.
캐나다에서 레퍼런스는 Pass/Fail 같은 과정이기에, 이 정도면 성공했다는 기쁨과 함께 깊은 안도감이 들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레퍼런스를 제출하고 그렇게 검증과정이 끝난 후 나는 애타게 찾고 기다리던 “잡 오퍼”를 받게 되었다.
이제 2주 후부터 나는 캐나다에서 풀타임 직장을 다니게 된 것이다.
그동안의 가슴 졸이던 기다림은 이번만큼은 온전한 기쁨과 환희로 다가왔다. 나도 내 첫 정규직 직장이 생겼다.
되돌아보면 회사를 출근하기까지 그 2주 동안 나는 행복의 바다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마음 고생한 것, 해외생활이라 겪어야만 했던 여러 시행착오들, 무모해 보였던 이민이라는 선택까지 나의 모든 결정과 판단이 정당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기 전과 후의 나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 이 바뀐 조건 하나가 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까지도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어떻게 보면 참 가볍고 진중하지 못한 마음가짐인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힘든 이민 생활 중에서 한 순간만이라도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마음가짐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때는 이제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도 다시 금방 깨닫게 되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