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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Vada Sep 19. 2024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

Feat: 족발

시아버지와 나는 이틀 간격으로 생일이 차이가 난다. 다행인 건지 아버님이 내 생일보다 이틀 먼저여서 매번 좀 앞당겨 주말에 생신을 온 가족들과 챙겨 드리고 며칠 후 내 생일 때는 가족들과 편하게 외식하며 각자의 생일을 축하했었다.

작년 내 나이 50세 생일이 월요일이고 아버님 생신은 토요일이라 남편이 이번에는 한꺼번에 일요일에 같이 생일을 축하하면 어떠냐고 해서 좋다고 했다.

두 사람의 생일을 같이 하려니 좀 스페셜하게 준비해 보려고 벽에다 '생일 축하' 프레임도 붙이고 생일 풍선도 크게 해서 나름 50세 생일을 강조하고 싶었다.

생신 때마다 케이크를 준비하고 촛불을 불던 방식에서 벗어나, Photo Zone(벽에 생일 장식을 준비해 놓고 사진 찍는 무대)를 준비하고 머리에는 고깔모자와 달러가 케이크에서 줄줄이 나오는 것까지 준비해서 시끌벅적하게 생일 사진을 찍느라 웃음꽃이 만발했었다. 가족들이 나의 참신한 아이디어에 다들 칭찬하였다.


올해에는 어머님이 좀 아프시고 작년 어머님 때도 또 한 번 그렇게 생일파티를 요란하게 지낸 지라 이번 생일에는 오히려 아무 아이디어가 떠 오르지 않았다.

다시 생일도 각각 예전처럼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케이크 자르고 그렇게 아버님 생신이 지나 며칠 후 내 생일이 된 날.

아침에 도시락을 준비하러 부엌에 갔다가 아버님이 깜짝 서프라이즈로 족발을 냄비 한가득 만들어 놓으신 걸 봤다.

코로나 이후 아버님이 부쩍 백종원 유튜브를 보며 이런저런 음식들을 만드시고 우리에게 선보여서 나름 맛있는 새 메뉴들에 우리가 칭찬하기에 바빴는데 그중에 아버님이 제일 잘 만드시는 18번 요리가 바로 족발이었다. 어려서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이어서 그런지 아버님이 만들어준 족발을 한입 베어 먹어 보니 입맛에 딱 맞았다.

가끔 나의 족발타령에 남편이 마켓에서 사다 주지만 그 맛은 비교가 안 됐었다.

아버님의 깜빡 생일선물에…. 나는 감동하여 카톡으로

"아버님 족발 맛있게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문자를 보내 드렸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유난히 나를 잘 챙겨주시는 아버님. 아버님과 나는 입맛도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해서 참 겹치는 게 많다.

예전 건강하실 때는 낚시하러 매주 가셨었는데 며느리가 제일 편하신지 나한테만 살짝 "어멈아! 낚시 갔다 올게" 하고 갔다 오시곤 했다. 어머님에게 말하면 잔소리 들으실 게 뻔하니까 말대답 없었던 나한테만 통보하시고 가셨었다. 바다낚시를 보통 1박 2일로 다녀오시는 거라 이래저래 걱정이 많으신 어머님보다 무슨 말을 하건 밝게 인사드리건 내가 제일 편하셨었나 보다.

지금은 다리가 불편하셔서 낚시 못 가신 지 꽤 됐는데, 예전처럼 기회만 되시면 낚시 가셔서 한 보따리 잡아오시들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부모님의 건강이 어찌 될지 한 치 앞을 모르니 그저 젊으시고 건강하실 때 여기저기 다니는 시절을 응원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아버님을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자기들이 결혼해서 할아버지를  서로 모시고 살겠다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그때까지 아버님이 계속 건강하게 살아 계셔서 우리 아이들의 자녀까지도 잘 챙겨주실 수 있는 그날이 올 수 있을까?

아버님의 사랑이 온전히 담긴 족발을 입에 물고 눈물이 그렁그렁.. 나도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걸 찾아서 서프라이즈로 챙겨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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