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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Vada Sep 19. 2024

운동화 신은 강아지

또리야 오래오래 살아라!

3살 때 우리 집으로 입양된 애견 또리가 벌써 13살이 넘어간다. 10살이 됐을 때만 해도 아주 건강해 보여서 20살은 거뜬히 살 것 같더니 한 해 한 해 나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회사에서 애견 보험을 들어주어서 소량의 돈으로 강아지보험을 들었기에 나이를 먹는 것에 큰 걱정이 없었다. 동물병원에 가서 캐시로 낸 다음 영수증을 펫 보험사에 청구하면 공제를 제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집 막내 또리는 10여 년을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치게 가족의 사랑 속에서 행복하게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님의 생신이어서 온 가족이 오래간만에 모이고 보니 아이들은 어느덧 하나둘 대학으로, 직장으로 바빠지고 반백의 삼 남매 부부들만 모이게 되었는데 이제는 각각 가정의 애견들을 데리고 오게 되었다. 심지어 우리는 생일기념사진에도 강아지들을 품에 안고 사진을 남겼다. 그날 우리 또리도 오래간만에 애견 동생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던지 소파에서 점프하고 뛰어내리고, 쫓아다니고 나이를 잊은 듯했다. 겉으로는 나이를 알 수 없는 게 동물들이라 같이 노는데 괜찮은듯했다.


하지만 잔치가 끝난 다음 날 아침, 우리 집 또리가 걸음을 걷지 못하는 것이었다. 오른쪽 뒷다리에 힘이 없어서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다 주저앉아 버렸다.


처음에는 별스럽지 않게 생각해서 두고 보았는데, 점심이 돼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제야 다급히 강아지를 데리고 동물 주치의를 찾아갔다.   X-Rey를 찍고 피검사등 여러 검사를 마치더니 혹시 강아지가 다리에 충격을 가한 적이 있냐면서 척추에 살짝 디스크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어제 너무 나이에 안 맞게 무리를 한 데다가 허리도 안 좋았던 게 탈이 났다 보다.


보험이 있었지만, 수술해야 하는가 싶어서 걱정도 되고 특히나 나이가 있어서 마취하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겁을 주었다.


그렇다고 강아지가 다리 아픈 것을 사람처럼 쩔뚝거리며 걷지도 못하던데.. 어쩌나 ~


의사 선생님이 이리저리 검사를 하더니 우선은 IV주사와 함께 스테로이드를 맞춰 보자고 했다. 나는 당연히 뭐든지 해보라고 하고 링거주사 끝마치는 시간에 맞게 병원에 다시 찾으러 갔었다. 그 주사 안에다가 강아지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프로포폴(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페놀류 정맥 마취제)을 넣는다고 해서 살짝 웃었다. 그거 최근에 모 연예인이 주기적으로 맞아서 마약처럼 사용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하면서..


걱정만 기대 반으로 강아지를 찾으러 갔더니 다행히도 마약 기운이었는지 오전에는 풀이 죽어서 기운이 없던 또리가 나를 보더니 펄쩍 뛰며 다가왔다.


다리도 다시 예전처럼 걷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너무나 다행이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온 식구들이 우리 또리를 기다렸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 것을 보고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무사히 집으로 귀향한 우리 또리의 걸음걸이를 매번 주시해 보니 그래도 살짝 힘이 없어서 마룻바닥을 걸어 다니다 가끔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지거나 주저앉았다. 강아지 때문에 집안의 마룻바닥을 다 파헤칠 수도 없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강아지 제품 파는 사이트에서 신발 바닥에 아주 흠집이 제대로 돼 있는 운동화를 찾아냈다. 강아지 신발은 어떻게 오더를 할까 싶었는데.. 발 볼 사이즈를 자로 재면 된다. 우리 강아지가 2인치가 나오길래 넉넉하게 2 3/4"를 오더 했더니 딱 맞았다!


원래 옷을 입혀도 가만히 있는 아이라 신발도 척척 신겨줬는데 얌전히 있는다.


그러고는 신이 나서 또 펄쩍 뛰어다닌다. 집안으로 마당으로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으려나?


이제는 신발이 어쩌다 벗겨지면 식구들이 신발 찾느라 난리다.  2개 세트로 30불짜리이기도 하지만 신을 신겨 놓으니 자신 있게 잘 다녀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됐다.


또리야, 신발 신으니까 좋지? 요즘 눈도 나빠지고 이빨도 많이 빠져서 이 엄마는 네 보험으로 하나씩 고쳐주고 싶다. 강아지 백내장 수술이랑 임플란트는 없으려나.


정말 짐승은 너무 짧게 사는 거 같아서 아쉽다. 10여 년 밖에 안 살았는데.. 사람의 나이로는 지금 현재 80살이라니?


어머님도 불쌍해하시면서 "얘가 나이가 나보다 많은 거야?" 하신다.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우리 가족이랑 오손도손 살 수 있기를~


우리 집에 사는 동안 오래오래 건강하고 스트레스 없이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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