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그저 '어머니날'이란 게 제삼자의 날이라 여겼었는데 아이들이 대학에 간 후에는 이래저래 아이들도 멀리 떨어져 있는 엄마를 챙겨주는 게 기특해서 이제는 5월이 되면 설레기 시작한다. 올해도 새해가 시작한 지 몇 달 안 될 거 같은데 벌써 5월이 다가왔고 드디어 기다리던 어머니날이 되었다.
딸은 아직 타주에서 공부 중이라 집에 오지는 못하고 전화 통화와 벤모 (온라인으로 송금이 되는 시스템)로 축하의 멘트와 선물을 받았지만, 아들은 다행히 학교수업이 일찍 끝나서 어머니날 전에 집에 와 있었다. 아들에게 딱히 기대하는 건 없었지만 안 받고 넘어가면 버릇될까 봐 하루 니와 데이트를 하자고 해 보았다.
늠름하게 자란 청년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최근 개봉한 '가디언즈 갤럭시 3'을 보고, 맛난 양념게장이랑 순두부도 먹으면서 어머니날을 즐겨 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여자 친구가 없는 아들은 뭐든지 엄마의 결정에 다 따라주었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좋다면서 흔쾌히 따라왔다.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나니 좀 걷고 싶어졌다. 예전부터 한인타운을 오가면서 차 안에서만 봤었던 에코 공원 (Eco Park)이 생각이 났다. 코로나 전부터 공사를 대대적으로 해서 연못도 깨끗하고 어디서 날아온 건지 새들도 많이 날아와 있어서 공원도 걷고 새들도 보고 싶다고 아들에게 말했다.
그곳은 따로 주차장이 없었는데 그날은 운이 좋은 날이었는지 공원 옆 길거리에 주차할 자리까지 딱 있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공원의 자랑과도 같은 큰 연못 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내가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러 종류의 새들이 연못 위를 우아하게 앉아서 수영하고 있었다. 아마 연못 속에 먹이가 많은지 새들이 떼거리로 모여서 나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새들 중의 제일 으뜸으로 눈에 띄는 건 역시 백조들이었다.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답던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멋지게 수영을 하던 백조들은 그렇게 식사를 맛있게 하더니 하나둘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그들은 이제 날갯짓하며 날아가는 게 식사 후 소화를 시키기 위한 것인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백조들을 계속 눈으로 쫏아다녔다. 하지만 멀리 가지 않고 다시 풀밭으로 내려왔다. 그러더니 이제는 풀들을 열심히 뜯어먹는 것이었다.
아, 아까는 물고기로 메인식사를 하더니 이제는 풀로 반찬을 먹는 건가? 아님 디저트? 나는 너무 신기해서 그 백조들의 무리를 계속해서 관찰을 했고 그러면서 그들만의 신기한 것을 깨달았다.
하늘을 날고, 수영도 하고(물론 물고기처럼 물속을 다니는 건 아니지만) 육지에서도 저렇게 버젓이 걸어 다니다니! 육해공을 다 누빌 수 있는 짐승 중에 최고 아닌가!
한편으로는 우리 인간보다 낫다 싶었다. 나도 저렇게 하늘을 날고 싶으면 밥 먹다가 날아가고 걷고 싶으면 땅으로 왔다가 또 배고프면 수영도 가능한 존재라면 어떨까?
하나님은 왜 우리에겐 저런 능력을 주시지 않았을까? 오늘따라 공상과학영화를 보고 온 거라 그런지 이런저런 상상력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에게 주신 말씀을 생각해 보았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창 1:26).
그렇다. 그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만물의 명장인 우리 인간에게 비할쏘냐?
부러운 눈빛을 백조들에게 다시 거두고 아들과 즐거운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더 좋은 혜택들을 찾아서 해보려고 한다. 글도 더 써보고 그림도 더 그려보고 손발을 이용해서 열심히 취미생활의 능력을 더해보리라~
하늘을 날아보는 체험을 할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상상력을 더해보며, 아울러 눈이 즐거웠던 어머니날 하루를 보내게 된 감사함을 더하며, 내년에는 꼭 딸도 함께 어머니날을 즐길 수 있기를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