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상처 주지 말아라 제발!
살면서 내 마음에 정통으로 못을 콱 받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나는 20대에 그런 소리를 크게 한번 듣고 내 좌우명이 바뀐 적이 있었다.
내 나이 10대에 부모님이 차례로 교통사고와 병으로 돌아가시고 스무 살부터 룸메이트와 독립해서 살고 있었다.
그 룸메이트의 아버지가 한국에서 방문하여 건넌방에서 그 친구랑 도란도란 얘기하는 게 다 들렸었다.
"쟤는 부모님이 없어서 그런지 얼굴이 참 어둡다. 사랑을 못 받아서 그런 거 같다. "
그 얘기를 엿듣는 순간 나는 너무 기가 막혔다.
부모님 반백살 나이에 나를 막둥이로 낳아 키우면서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는데.. 항상 업어 키우시고 이뻐서 시집을 어떻게 보내냐고 하던 분들이 돌아가시고 내 표정이 많이 슬펐구나 싶어서 마음을 고쳐 먹었었다.
나는 언제나 사랑을 많이 받은 표정을 지어야지! 방긋방긋 웃고 잘 인사하고.. 그렇게 노력했더니 지금 오십이 되어 나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들 입을 모아 내가 평탄하게 잘 살아온 거 같다고 그런다. 지나고 보면 그때 그분의 말로 인해 내 인생의 모토가 바뀐 것 일수도 있지만 당시 많이 아팠었다.
최근 들어 또 내 가슴을 후벼 파는 일이 있었으니
두어 달 전 제주도에서 사고로 인해 낙상하여 왼쪽 발목이 부러지는 경험을 하고 철심까지 박는 대수술을 받아서 깁스를 몇 달 해야 했다.
병원 의사들은 내 상태를 보고 최악의 순간을 말해주며 경각심을 나타낸다.
사고직 후 바로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돌아오려는 나에게 그 의사는 직격탄을 날렸다.
"그 상태로 비행기를 타면 상공에서 다리가 부어 신경을 잘 못견드려서 자칫 하반신을 못쓸 수도 있어요!"
나는 그 즉시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렇게 뒤통수 한번 맞고 좀 건강에 유의를 하다 미국에 와서 다시 한번 오른쪽 뺨을 맞는듯한 언어폭력을 또 당했다.
수술만 받고 치료중간에 부득이 회사 일로 사고 나고 깁스 한채 3주 만에 미국으로 들어와서 새로운 정형외과 닥터를 찾아 진료를 받으러 갔었다. 실밥도 뽑아야 하고 언제쯤 깁스를 풀어야 하는지 물어보려는데 내 상태를 보고 다짜고짜
"한국에서 다 치료받고 오지 왜 이렇게 돌아왔어요? 지금 보니 이 다리 상태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네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내가 불구자가 된다는 뜻인 건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왜 그렇게 아프게 말을 해주는 걸까? 분명 한국 정형외과에서 큰 수술과 치료 다 잘 받았으니 미국으로 돌아가서 나머지 회복에만 전념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 못되게 말하는 의사가 다음번 진료날짜를 잡아주었지만 듣는 체 만 체하고 나의 주치의에게 바로 컴플레인을 했다.
그랬더니 영어가 가능한지 그렇다면 미국의사에게 가보라는 것이었다.
더 유능하고 수술 실력도 많은 의사였다. 부랴부랴 예약을 하고 드디어 스페셜 닥터를 만나보니 참으로 마음이 놓였다.
"한국에서 수술 잘 받고 왔네요, 이제 깁스 풀고 물리치료 잘 받으면 예전처럼 잘 걸을 수 있을 거예요. 뼈에 좋은 음식들 잘 챙겨드세요!"
이 얼마나 아름다운 진찰이고 환자를 다독거리는 멘트인가!
그 새로운 의사 선생님과 남은 기간 동안 잘 마치고 이제 두 다리를 걷는 중이다. 상처가 많이 아물어 갔다. 마음도 다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