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어머니가 우리 집에 왔다 -1

나 9살 때..

by BlueVada

새어머니가 시집오셨다.

지금의 내 나이였던 그분은 처음부터 수줍어하는 것 없이 우리 집에 잘 적응을 했다.

교통사고로 엄마가 돌아가시고 49일이 지났다.

하루아침에 홀아비 신세가 되신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받은 억대급 보상금으로 롤렉스시계와 번듯한 양복으로 휘감고 본격적으로 선을 보러 다니셨다.

막내딸을 키워야 한다는 명목으로 그렇게 3달도 안돼서 대놓고 새 와이프를 찾아다니셨는데.. 난 어린 나이였지만 당최 이해가 안됐다. 아버지랑 둘이 살면 안 되는 거였나? 엄마랑 셋이서 자던 안방에 이제 아버지랑 둘이 자는 게 그래도 난 외롭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몇 번의 선을 보더니 밥도 잘해주고 살림도 맡아서 이끌어줄 아버지보다 12살이나 어린 아줌마를 택하신 거다.

그분으로 낙찰된 것에 대해 조막만 한 나에게 변명하기로는 그분에게 딸린 자식이 없어서라고 했다.

선을 볼 때마다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나가셨었다. 그 당시 중국집에서 만났던 기억이 나는데, 나는 두 분의 대화보다 짜장면과 볶음밥이 맛이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솔직히 세 번째 만났던 아줌마가 나는 더 끌렸었다. 그분이 그나마 돌아가신 엄마와 느낌이 많이 비슷했다. 하지만 그분을 택하지 못한 아버지의 핑계는 나보다 한두 살 많은 딸이 있어서 서로 불편할 거 같아 아쉽게 헤어지셨단다.

나중에 새엄마랑 종종 부부싸움을 하셨는데 아버지도 그 세 번째 아줌마의 느낌이 잊지 못하셨는지 그때마다 그 애 딸린 아줌마를 데려올걸 하면서 혼자 중얼거리셨다.

나도 속으로 2살 많은 언니가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순종적이었던 엄마와 잘 맞으셨던 아버지는 새로운 와이프와 적응의 기간이 필요하셨는데 살림을 바로 합치는 바람에 두 분의 성격테스트 결함은 재혼 후 바로 드러났다.

초혼 때 아이를 낳지 못해 소박을 맞으셔서 그 후로 20여 년을 혼자 사셨다는 새어머니는 누구보다 독립적이고 대장부 스타일이었다. 나이 많은 재혼상대가 하나도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당당하게 한마디 하면 두 마디로 대들으셨다.

초반에 아버지는 딸에게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으셨는지 밥상을 한두 번 엎어보셨는데 그러면 그 새엄마는 며칠을 이불을 뒤집어쓰고 절대 일어나지 않으셨다.

뜻밖에 상대를 만난 아버지는 속 타는 마음을 주체 못 하고 바로 싹싹 빌었던 거 같다. 그렇게 새로운 여자에게 길이 들어가셨다.

나도 새엄마가 무섭긴 마찬가지였다.

상냥하고 부드러웠던 엄마가 매일 그리웠다. 뭐든지 잘한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공부 잘하는 것에 유독 예쁘다고 다독이던 그 모습을 이제는 더 이상 어디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나랑 둘이 있을 때 진심을 다해 미안하다, 고맙다고 하신 거 같은데 예전처럼 기쁘게 들리지 않았다.

옹졸하고 답답해 보였다. 어찌 남자가 저렇게 안사람이 바뀌었다고 성격이 내향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아버지 나이도 이제 60을 넘어가고 기운도 떨어지니 왕성한 새 와이프에게 주도권을 뺏겨 가고 있었는지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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